영화 마케터 60명에게 물었습니다.
1위
뷰티 인사이드(2015년 8월 20일 개봉, 백종열 감독)│14표
여기에 더한 ‘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이라는 카피는 매일 아침 모습이 바뀌는 남자 우진을 사랑해야 하는 운명의 여인 이수의 심경을 명료하게 전달했다. 따뜻한 감성도 돋보였다. 이 포스터의 디자인은 영화를 연출한 백종열(46) 감독이 맡았다. 영화감독이 포스터 작업에 참여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핑크·연두·연보라·살구색 등 감성적인 색감에 자신이 직접 쓴 캘리그라피를 더해 완성도 높은 포스터를 만들었다.
포스터 사진 촬영은 수많은 우진들이 이수에게 다가와 키스하는 엔딩신을 찍는 마지막 촬영 날 함께 진행했다. 엔딩신 촬영과 포스터 촬영을 동시에 한 것은 배우들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영화에서 이수가 일하는 마마 스튜디오로 나온 곳은 실제론 인천의 한 가구점이었는데, 이곳에 마련된 간이 스튜디오에서 사진 작가 안성진이 백 감독과 논의하며 배우들의 개별 컷을 찍었다. 백 감독은 여러 인물의 배경색으로 파스텔 톤의 다양한 색감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영화의 투자·배급사 NEW의 최은영 마케팅 팀장은 “여러 색깔이 모여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포스터 색감이 영화의 주제와도 맥이 닿아 있다”며 “이 포스터가 관심을 끈 이후, 드라마와 연극 등 다른 장르의 몇몇 포스터들도 이런 형식을 차용했다”고 말했다.
2위(공동)
무뢰한(2015년 5월 27일 개봉, 오승욱 감독)│7표
2위(공동)
간신(2015년 5월 21일 개봉, 민규동 감독) 해외 포스터│7표
2위(공동)
마돈나(2015년 7월 2일 개봉, 신수원 감독)│7표
3위
한여름의 판타지아(2015년 6월 11일 개봉, 장건재 감독)│5표
포스터에 비친, 맑고 순수한 모습처럼 두 남녀 주인공은 ‘비포 선라이즈’(1995,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보다 설레면서도 더 절제된 감정으로 신비로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4위
검은 사제들(2015년 11월 5일 개봉, 장재현 감독) 티저 포스터│3표
이밖에 ‘베테랑’(2015년 8월 5일 개봉, 류승완 감독)과 ‘사도’(2015년 9월 16일 개봉, 이준익 감독)의 메인 포스터, ‘나의 절친 악당들’(2015년 6월 25일 개봉, 임상수 감독)의 티저 포스터는 2표씩 받아 공동 5위를 차지했다.
<뷰티인사이드 백종열 감독 인터뷰>
"글씨 하나에도 로맨스를 담았다"
- 소감 한마디 부탁한다.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로 기쁘다. 얼떨떨하기도 하다.”
- 포스터 작업에도 적극 관여한 이유는.
“그래픽 디자인은 내 직업 중 하나다. 그렇기에 포스터 작업은 연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다. 영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것이 의무감처럼 느껴졌다.”
- 컬러풀한 비주얼이 인상적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고, 매일 기분이 달라진다는 것을 색으로 표현했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우진처럼 어떤 사람도 평생 같은 색을 유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 사진 촬영을 맡은 안성진 작가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
“우진과 이수가 처음 만났을 때의 얼굴과 감정을 사진에 담아달라고 요구했다. 단, 이수는 우진의 상황을 아직 모르는 시점에서의 얼굴을, 우진은 그런 이수를 바라보며 갖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수의 표정을 특히 좋아한다고 들었다.
“한효주의 아름답게 슬픈 눈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효주밖에 표현할 수 없는 눈이다.”
- ‘백종열 체’로 불리는 캘리그라피에 어떤 ‘표정’을 담고 싶었나.
“사람의 따뜻한 체온과 로맨스 감정이 주는 먹먹함을 손글씨로 담아내려 했다.”
- 영화 스틸을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해야 한다면, 어떤 장면을 고르겠나.
“이수와 우진(김주혁)이 눈이 오는 언덕길에서 헤어지는 장면이다.”
- 현재 어떤 광고를 찍고 있나.
“공유와 공효진이 코믹하고 엉뚱한 이미지를 보여준 SSG닷컴 광고를 끝내고, 삼성전자·현대 기아 자동차 광고를 작업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다.”
- ‘뷰티 인사이드’ 중국판 작업은 언제쯤 가시화되나.
“조만간 중국 작가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국내에선 차기작으로 ‘뷰티 인사이드’와 전혀 다른 장르인 첩보물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 개봉할 지 모르지만, 여름에 어울리는 영화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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