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친박 욕심 지나친 새누리 공천 갈등

중앙일보

입력 2016.02.1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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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公薦) 갈등은 공당임을 자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식적인 데다 파벌 간 권력탐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정글의 싸움터 같다. 어제도 새누리당 최고위에서 김무성 당 대표가 “공천관리위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 공천룰을 벗어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천위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김 대표의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얼굴을 붉혔다. 원유철 원내대표,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 등 이른바 친박 세력은 서 최고위원 편에 서서 김 대표를 압박했다.

 최고위가 이렇게 볼썽 사나운 장면을 연출한 것은 친박의 입김으로 자리에 오른 이한구 공천위원장의 최근 발언 내용 때문이다. 그는 17개 시·도별로 1~3개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해 단일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의 20% 규모다. 이 위원장의 주장은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그동안 김무성 대표가 큰 틀에서 새누리당 공천 정신으로 확립해 온 국민공천제를 근본에서 허무는 무리한 발상이다.

공당으로 봐주기 힘든 정글 싸움터
서청원·이한구 등 김무성 대표 압박
‘큰 틀에서의 국민공천’ 합의 따라야

 물갈이 개혁공천이냐 상향식 국민공천이냐는 1년반 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 대표가 계파 간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큰 틀에서 정리해 온 사안이다. 1인 보스에게 충성, 파벌 이익에 봉사, 실권자에게 줄서기 등의 폐해를 낳은 전략공천을 폐지하는 대신 여성·장애인 같은 정치적 약자에게 우선권을 주거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지역을 보완하는 우선추천·단수추천 공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당헌 103조). 우선추천지역제 등은 전략공천을 폐지했을 때 현역 의원의 기득권이 과도하게 보호되는 측면을 막기 위해 채택됐다. 따라서 공천위는 무소불위의 공천 전권을 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당에서 이뤄졌던 ‘큰 틀의 합의’의 연장선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해내면 된다.

 이한구 위원장은 이런 흐름을 외면한 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적용했던 ‘현역 의원 무조건 20% 탈락’이라는 4년 전 추억의 레코드를 다시 틀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은 공천위 나머지 10인 위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자신의 구상을 독단적으로 발표해 내부 항의를 받아 사과까지 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한구 위원장과 그 뒤편의 친박 세력이 ‘사실상 전략공천론’을 계속 주장하는 건 비신사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을 패권적인 파벌정치의 늪으로 빠뜨리는 탐욕으로 비칠 수 있다. 김무성 대표의 “사천(私薦)을 없애려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친박이) 미운 놈 쳐내고 자기 사람 심으려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전혀 엉뚱한 것만은 아니다. 김 대표도 평소 주어진 정당한 권한을 사용해 공천 진행을 물 흐르듯 관리하지 못하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파열음의 주인공이 되는 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비박과 친박 세력은 절차를 지키고 탐욕을 자제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공천을 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오만,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자함이 집권세력 사이에 떠도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