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바뀌는 계절이 왜 하필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일까 생각해 봅니다.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이면 사람들은 추위를 피해 마치 끈을 동여맨 배추처럼 몸을 웅크린 채 바람 한 점 드나들 수 없도록 외투 자락을 여밉니다. 외투 자락이 찬바람과 싸우는 동안 외투 속 몸과 마음은 겨울배추의 속처럼 조금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지고 있을 겁니다. 북극의 냉기가 한반도를 덮쳐 각종 추위 관련 기록이 몇십 년 만에 경신된,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던 올 겨울도 이제 곧 지나갑니다. 한파가 강력했던 만큼 우리 마음속은 더 단단하고 아삭한 배춧속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다가올 봄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