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13일 연설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 속에 세계가 신냉전으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뮌헨안보회의서 서방 겨냥 연설
“위협 과장 말고 파트너로 대하라”
나토 총장 “러시아, 유럽 안보 해쳐”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89년 구소련 블록이 붕괴할 때까지 서방과 구소련은 말 그대로 ‘차가운 전쟁’을 벌였다. 물리적 충돌이 핵전쟁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첩보와 음모가 횡행하고 지구 곳곳에서 대리전을 벌였다.
이에 옌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냉전 상황은 아니지만 냉전 이후 합의 또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냉전으로 향하는 길목이란 의미다. 그리곤 “러시아는 독단적이고, 유럽의 안보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나토는 충돌을 추구하거나 신냉전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 대응은 확고할 것”이라고 했다.
나토 군사위원회 의장인 페르트 파벨 장군은 “러시아에 대한 봉쇄가 아닌 억제가 목표”란 말을 했다. 봉쇄·억제는 서방의 대러 냉전 전략이었다. 스웨덴의 피터 홀트크비스트 국방장관이 “유럽 안보에 최대 위협은 러시아”라고 못박기도 했다.
이런 대치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한 데 이어,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 공습에 나서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전세를 역전해 실지(失地)를 회복하고 있는 데 따른 산물이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국토 전역을 회복하는 것이 정부군의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온 서방에겐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양측은 상대를 ‘적성국’으로 간주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나토 국방장관들은 최근 동유럽에서의 전력 증강 방안을 승인했다.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 등 3개국에 나토군을 배치하기로 했다. 구소련 영향력이 있던 국가들이다. 영국이 최신예 프리깃함과 구축함 등 5척의 군함을 발트해에 보낸다.
앞서 러시아도 지난해 말 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 등과 인접한 벨라루스에 있는 자국 공군기지에 전투기를, 크림 반도와 발트 3국 접경 지역엔 이스칸데르-M 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