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많은 시민이 넉넉한 명절 연휴를 행복하게 보내는 동안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산업 현장을 묵묵히 지킨 근로자가 적지 않았다.
10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입구에는 근로자들의 출퇴근용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 있었다. 전체 6만여 명(협력사 포함) 중에서 이날 출근한 근로자는 2만여 명이나 됐다. 황금 연휴(6~10일) 동안 6만여 명이 현장을 지켰다. 근로자 전진규(53·건조5부)씨는 “오랜 불황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어 설 연휴를 반납했다”고 말했다.
대형 조선소가 들어선 경남 거제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는 10일 2만2500여 명의 근로자가 출근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자체 연휴로 정한 11일에만 근로자 4만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출근한다. 근로자들은 “선박·해양플랜트 생산설비 납기를 맞춰 고객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더 바쁘게 보낸 중소기업 근로자도 많았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휴대전화 부품 등을 생산하는 세일전자의 경우 설 당일(8일)만 빼고 150여 명이 모두 출근해 12시간씩 2교대로 일했다. 수출·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다. 회사의 설 연휴 근무 계획에 근로자들이 흔쾌히 동의했고, 회사는 고마움의 표시로 떡국 등 설 음식을 제공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들 근로자를 만나 “진정한 우리 경제의 기둥이자 애국자”라고 격려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 연휴(7~13일)에 약 16만 명의 중국 관광객(유커·遊客)이 한국으로 몰려왔다. 이들을 맞느라 경북 경주 등 주요 관광단지의 호텔 서비스업종 근로자들도 설 명절 귀성 대열에 끼지 못했다.
1월 1일 개인·가정·기업·국가는 저마다 신년 목표를 세웠다. 다이어트·금연 등 개인적인 것부터 가족의 건강과 행복, 회사의 흑자 전환, 대한민국 경제의 불황 탈출까지 다양했다. 40여 일이 지난 지금 뜻대로 잘 안 풀렸더라도 아직 포기는 이르다. 음력으로 새해가 된 설날을 기점으로 심기일전(心機一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에도 산업 현장을 지킨 간절함과 고향을 찾아 재충전한 에너지를 모아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동력으로 삼으면 어떨까.
유명한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