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제력 평균 이상”
평균 연봉 1억~3억원이지만 복권 구입은퇴 후 계획 “계속 일하고 싶어”
그렇다면 임원들은 돈을 어디에 많이 쓸까. 수입을 어느 항목에 많이 지출하는지 물었다. 임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수입의 20~30%는 각각 저축과 자녀 교육비에 할애했다. 100명 중 27명은 자녀 교육에 30% 이상을 쓴다고 답했고, 50%를 투자한다고 답한 임원도 1명 있었다. 평균 연봉을 1억원으로 잡았을 때 연간 3000만~4000만원을 자녀 교육비에 지출하는 셈이다. 연봉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부장 역시 수입의 24%를 교육비로 쓴다고 답해 임원과 별 차이가 없다. 결국 임원이 부장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받지만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자녀 교육에 쓰고 있었다.
부장급은 대개 중·고등학교 자녀의 사교육비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장급보다 평균 연령이 더 높은 임원은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유학 경비에 지출할 가능성이 크다. 부장급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두 자녀 모두 해외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한 대기업 임원은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긴커녕 더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식 한 명당 학비만 해도 1년에 수천 만원에 달하다 보니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능력만 된다면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냐”고 말했다.
자기계발보단 문화생활에 더 많이 투자
금융 자산의 투자 비중은 사람마다 달랐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주식 펀드와 채권·적금·연금보험 등에 골고루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짰다.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도 2명 있었다. 저금리 시대에 금리가 낮은 예·적금 대신 주식 펀드에 절반 이상 투자하는 비율이 22%에 달했다. 금리가 낮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예·적금에 70% 이상 자산을 넣어뒀다고 답한 사람도 10명 있었다. 100명 중 한 명은 주식 펀드에, 또 다른 한 명은 예·적금에 ‘올인’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많아서인지 문화생활이나 자기개발 등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응답자의 약 70%는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수입의 10% 이상을 투자한다고 답했다. 50~60%를 쓴다고 답한 사람도 3명 있었다. 다만, 문화생활에 많은 돈을 들일수록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견기업에 재직하는 3년 차 임원은 “자녀가 다 독립하고 나니 아내와 취미생활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젊을 때 일만 하느라 즐기지 못한 문화생활을 이제서야 조금씩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에는 대개 5~10%가량 투자한다고 답해 문화생활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한 직장인의 표본’으로 불리는 임원은 노후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이들도 노후 대비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다수(77%)였다. 그러나 ‘충분히 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로 ‘전혀 못하고 있다’고 한 비율(13%)과 비슷했다. 인생 1모작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뒀지만 은퇴 후 재취업을 하겠다는 응답자가 30%로 가장 많았다. 자영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2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이와 달리 별 계획이 없다(25%)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