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매년 관광객 수 두 배 증가율 육박, 재방문율도 25% 넘어…
2020년까지 연간 2천만 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 앞당겨 실현될 듯
세심한 서비스와 고품질 상품, 다양한 프로그램에 ‘띵하오’
1월 4일, 연말부터 시작된 긴 연휴가 끝나고 평소보다 더욱 붐비는 도쿄의 긴자 거리. 오후 1시 조금 넘은 시각에 이곳 중심지에 자리 잡은 일본 최대 규모의 면세점 라옥스(Laox) 앞 도로변에 두 대의 관광버스가 정차한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수십 명의 중국인이 버스에서 내려 순식간에 긴자 거리로 흩어진다.
방일 중국인 관광객 해마다 갑절로 증가세
긴자의 상징 욘초메(4丁目) 교차점에 위치한 미츠코시(三越) 백화점에서는 의류회사인 레나운과 연대하여 중국인 남성들을 위한 양복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몸에 딱 맞는 실루엣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 남성의 취향을 고려해서 허리둘레가 여유롭고 어깨부분을 한껏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신사복 코너의 점원은 “우리 백화점은 고객의 30%가 중국분들로, 그들을 겨냥한 특별 상품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이 신사복은 2014년 춘절부터 판매하고 있는데 반응이 뜨겁다. 양복과 함께 중국인을 겨냥해 만든 목 길이가 일본 표준보다 10㎝ 짧은 양말 역시 양복과 함께 구매해 가시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샤넬 매장 앞에서 만난 중국 여성 류징지에(柳景杰·35) 씨는 이날 긴자에서 샤넬 백과 에르메스의 토트백, 티파니 목걸이 등 장신구를 구매했다고 한다. 그녀가 쓴 비용은 총 6만 위안, 한국돈으로 1200만원 정도다! “일본의 명품 매장은 정말 최고예요! 일본에서만 살 수 있는 스페셜 아이템이나 디자인이 많고 상품이 다양해요. 점원들 서비스도 최고예요. 일본에서 물건을 살 때는 꼭 왕이 된 기분이 들어요.” 양손 가득히 쇼핑백을 든 그녀는 총총 걸음으로 샤넬 매장 바로 옆에 위치한 마츠야(松屋)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매장과 일본의 장인정신을 대변하는 수백 년 전통의 매장들이 즐비한 긴자는 전통적으로 상류층과 지식인들에게 사랑받던 고급스러운 거리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20년간의 장기불황은 긴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에는 중저가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이 입성하는 등 고급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가 혼재하는 상점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디스카운트숍과 드럭스토어 등이 속속 진출하면서 일본 최고급 브랜드와 각종 생필품을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타운이라는 매력으로 인해 중국인들에게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중국인 ‘싹쓸이 쇼핑’에 열도가 즐거운 비명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4대 제품은 ▷밥솥 ▷화장품 ▷스테인레스 보온병 ▷각종 의약품이다. 특히 중국의 웨이보에서는 안약, 두통약부터 미용을 위한 각종 건강보조제, 파스 등에 이르기까지 12개의 일본제 의약품을 ‘신약(神藥)12’로 명명하고 일본에서 꼭 사야 할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극찬했다. 이 ‘신약12’에 액체형 반창고와 갱년기장애를 위한 건강보조제 등 무려 5개의 제품이 올라간 고바야시제약은 2014년도에 재일외국인에 대한 매출을 별도로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8억 엔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고바야시제약의 홍보담당자는 “2014년부터 매출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로 구매하는 상품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중국에서 입소문이 난 상품을 한꺼번에 수십 개씩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세라믹 부엌칼, 비데, 손톱깎이, 아기 기저귀 등 의외의 제품군도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해외 명품브랜드와 각종 귀금속류의 구입을 목적으로 방일하는 부유층 중국인도 적지 않다.
중국인 1인의 여행경비는 28만5천엔(약 270만원)으로 대만인의 두 배, 한국 관광객의 4배에 달한다.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사용한 금액은 5600억 엔으로 한 해 전인 2013년의 두 배에 달한다. 2015년의 최종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지만 1조 엔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인들은 왜 일본 쇼핑에 열광하는 것일까? 중국 미디어들에 의하면 일본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은 카메라 등의 전자제품에서부터 의약품, 가위, 문구용품 등의 일상용품에 이르기까지 하이엔드 기술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이 많다. 또 어디서 사든지 바가지를 쓰지 않고, 가짜 명품을 속아서 살 염려도 없어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미디어인 <인민넷>은 2015년 9월 24일자 기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바쿠가이를 하는 것은 단순한 엔저현상보다 일본제품의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사는 “일본 기업들은 보통 기업 비밀 유출을 막기 위해 가장 질이 좋은 제품을 일본 내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중국인이 일본까지 날아가서 바쿠가이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사는 일본제품의 큰 매력은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에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일본제 우산을 예로 들면서 “일본제 우산은 중국 제품과는 달리 종이에 이름을 적어 넣는 네임택이 달려 있다”고 소개하고 “단순히 팔기 위해서가 아닌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호평했다.
일본 관광 만족도와 재방문율 높아
“첫날 아침식사 때 테이블에 올라온 날달걀을 보고 (날달걀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먹어야 하나 한참을 망설였다. 다음 날 아침식사 테이블에도 어김없이 달걀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손에 잡아보니 웬걸 따뜻하지 않은가! 어떻게 일본인 점원은 내가 날달걀을 먹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서 내 테이블에 정확히 삶은 달걀을 가져다 놓을 수 있었을까? 많은 손님 중에 특별히 나를 기억해준 점원의 마음에 따뜻함을 느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이 호텔에 다시 묵을 생각이다.”
“나리타 공항 리무진버스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려는 나를 버스 운전사가 제지했다. 그는 일본어와 영어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가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자 그는 내 티켓을 받아서 종종 걸음을 치며 어딘가로 향했다. 잠시 후 숨을 헐떡이며 되돌아와서는 나에게 새로운 티켓을 건네주었다. 아마도 내가 산 티켓은 그 버스와 시간이 다른 것이라서 티켓을 바꿔 온 듯하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감동이 일어났다.”
일본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 중 재방문자의 비율은 25%가 넘는다고 한다. 미츠비시종합연구소가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거주하는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재방문자 비율이 65%이상으로 나타나 도심에 거주하는 부유층일수록 일본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재방문객을 중심으로 그들이 찾는 여행지나 여행 내용이 점차 다각화 되고 있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치토세공항은 2014년 한 해 동안 본토에서 온 중국인들이 전년 대비 2.2배나 증가했으며, 아사히가와동물원은 관람객의 10%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부터 일본 법무부에서 지정하는 대형 크루즈로 일본을 방문할 경우 노(No)비자로 입국이 가능하게 되면서 후쿠오카의 하카타 항구는 크루즈 기항횟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후쿠오카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중국인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 속의 남국을 느낄 수 있는 오키나와 관광, 도요타 자동차의 본거지 도요타시와 중부 일본의 중심 도시인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아이치현 관광 등이 새로운 인기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 고유의 독특한 지방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각 지방의 ‘마츠리(축제) 투어’ 역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하이!재팬’의 미우라 다카시 사장은 패키지 투어가 아닌 개인 단위의 관광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관광내용도 다양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여러 곳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던 골든코스에서 벗어나 도쿄나 오사카 등 한 도시를 기점으로 체류하면서 주위의 문화시설을 자세히 돌아보는 관광이 늘어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스튜디오 지브리’, ‘산리오 퓨로랜드’ 등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품과 관련된 장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8위 관광대국, 더 이상 꿈이 아니다
- 김경철 일본 코단샤(講談社) 뉴스잡지 부문 서울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