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드 배치, 진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6.02.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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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4차 핵실험을 계기로 잠잠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론이 부쩍 힘을 받고 있다. 일부 외신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드는 충분히 고려해 볼 가치가 있는 카드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과 실효성 및 대안 등을 면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서둘러 배치를 결정한다면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뀐 일이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누가, 얼마나 돈을 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남한 지역을 제대로 방어하려면 사드 2~3개 포대를 배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4조~6조원이 든다고 한다. 사드 배치를 처음 주장한 건 미군이라 1개 포대 비용을 미국 측에서 댄다 치더라도 나머지는 우리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빠듯한 살림 속에 사드가 이처럼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지 따져야 한다.

사드가 우리를 확실히 지켜 줄지도 짚어봐야 한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 중이다. 사드는 바닷속에서 쏴 올리는 미사일까지 요격하진 못한다. 자칫 천문학적 돈을 쓰고 무용지물을 사들인 꼴이 된다. 사드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다 우리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구축해 온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는 2조원 이상이 드는 지대공미사일 L-SAM 개발 계획도 포함돼 있다. 면적이 좁은 한반도에서는 사드의 요격 고도가 낮아 그 기능이 L-SAM과 중첩될 수밖에 없다. 이런데도 사드를 배치한다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다양한 사안들을 짚어본 뒤 사드가 최선의 선택이란 결론이 내려지면 그때 가서 주저 없이 들여오는 게 옳다고 본다. 사드 배치가 우리 안보에 중요하긴 하지만 분초를 다툴 만큼 시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전문가 의견과 함께 납세자인 우리 사회의 여론도 들어야 한다. 사드 도입은 우리의 생존과 평화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진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