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MIT에서 시작한 에드엑스는 점점 커지고 있다. UC버클리 등 미국의 명문대는 물론 인도의 천재들이 간다는 IIT(인디아공대), 일본 교토대, 한국 서울대 등이 가세했다. 기득권을 지닌 전통의 명문들이 오히려 새로운 혁신의 물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학이 비싼 수업료를 포기하면서 무료 서비스에 참여한 배경에는 훨씬 큰 글로벌 교육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
무크 등장으로 세계 명문대학 디지털 혁신 중
한국 대학 수요 맞춰 개혁 안 하면 도태될 것
교육부는 뒤늦게 노동시장의 인력 수요를 고려한 대학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명 ‘산업 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이다. 산업 수요에 맞춰 대학의 학과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올해만 2012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강제 구조조정이 어려우니 재정 지원이란 ‘당근’을 통해 대학들의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학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확하게 말하면 공급자, 즉 대학 교수들의 반대다. 정원 감축 대상이 된 전공 분야의 교수들은 학문의 다양성을 내세운다. 공학 전공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데 사회과학은 너무 낮다는 미국과학재단의 2014년 지표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4년 기준 한국 대학 입학자 중 인문계열은 12%, 사회계열은 26%로 수요에 비해 공급 과잉 상태다. 대부분의 인문사회 계열 졸업자들은 취업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전공 분야 교수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의 공대는 개념설계 같은 창의적인 역량을 가르칠 준비가 안 돼 있다. 특히 온라인 강의처럼 새로운 매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이정동 산업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의 제언을 모은 책 『축적의 시간』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잘나가는 공대도 산업계의 현실과 거리가 먼 방향으로 교육하고 있다는 자기 반성이다. 디지털이 가져온 변화의 파도 속에서 대학은 아날로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학제, 전공, 커리큘럼, 교수법 등 시스템이 수십 년 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공급자(대학·교수) 입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수요자(학생·기업·사회) 입장에서 대학교육 시스템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한국의 대학이 새로운 미래를 열지,아니면 종말을 맞을지는 혁신에 달려 있다.
정철근 중앙SUNDAY 사회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