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두문불출! 이젠 집에서 즐긴다 … 북카페·캠핑장처럼

중앙일보

입력 2016.01.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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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집 안을 카페나 캠핑장처럼 꾸며 집에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테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나를 닮은 집’ 한스미디어]


새해 초에는 신선한 주요 트렌드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다. 그래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어서다.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는 올해 눈여겨봐야 할 의식주 트렌드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세 번째는 주(住)와 관련된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다.

직장인 김정은(35)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집순이’로 불린다. 주중엔 퇴근 후 집으로 직행하고, 주말에도 웬만해선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아서다. 김씨는 “평일엔 집에 오자마자 씻고 자기 바쁘고, 주말에는 TV나 책을 보면서 집에서 푹 쉰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요즘엔 집 꾸미기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신년 기획 ‘2016 의식주 트렌드’ ①프레시 리로딩 ②공유부엌 ③스테이케이션

온라인 리서치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전망한 올해 한국 사회의 트렌드는 ‘집의 재발견’이다. 시간과 돈이 부족하고 사회적 불안이 가중된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이 집 밖보다 안에서 머물려는 욕구가 커진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9%는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답했다.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람도 56.9%에 달했다.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편해’ 81.9%

올해 주목할 만한 주거 트렌드 역시 집에서 쉰다는 뜻을 담고 있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를 합성한 신조어다. 한국갤럽과 피데스개발이 공동 조사한 ‘2016~2017년 주거공간 트렌드’에서 스테이케이션은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꼽혔다. 거실을 북카페처럼 꾸민다든지 홈 캠핑을 하면서 집 안에서 힐링과 휴식을 취하는 식이다. 장난감을 전시하는 방이나 오디오 룸 등 자신만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아파트를 고를 때에도 단지 내에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실내체육관, 산책로, 오솔길과 같은 시설을 갖춘 곳을 좋아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장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보내고 싶은 현대인의 욕구를 반영해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이 인기를 끌 것”이라며 “집의 투자가치보다는 사용가치가 중요시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LG하우시스는 ‘2016, 2017 디자인 트렌드 세미나’에서 ‘홈스케이프(homescape)’와 ‘에디토피아(editopia)’ 등을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꼽았다.
 

해먹을 설치해 홈 캠핑 콘셉트로 꾸민 집.

홈스케이프는 각박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집으로 탈출해 안식처를 찾으려는 욕구를 의미한다. 휴양지에 온 것처럼 이국적인 식물로 거실을 꾸미거나 피로감을 덜어 줄 온몸을 감싸는 푹신하고 커다란 소파와 실내 스파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에디토피아는 획일적인 인테리어 대신 주관적인 취향을 반영해 집을 재편하는 셀프 인테리어를 뜻한다. 자신의 취향대로 색상을 배치해 바닥과 벽을 꾸민다. 좁은 공간이라도 바닥 높이를 달리해 변화를 주고, 벽과 바닥의 색을 달리하는 식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도 ‘집으로의 회귀’를 올해 소비 트렌드로 꼽았다.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 박성희 상무는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각박해진 사회상이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집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이 인테리어 디자인과 생활 전반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트렌드의 중심엔 ‘집’이 있다. 전문가들은 집에 대한 애착은 각자의 취향과 개성,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공간을 꾸미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각박한 현실에 지친 현대인
‘ 집으로 회귀’ 욕구 커져
힐링·휴식공간으로 집 단장


셀프 인테리어, 홈 퍼니싱 제품 인기

실제로 직접 발품을 팔면서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집을 단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목돈이 들어가는 인테리어 공사 대신 소품이나 가구, 조명 등 적은 비용으로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홈퍼니싱(집 꾸미기)’도 관심을 끌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집 꾸미기에 필요한 관련 제품의 매출이 증가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홈퍼니싱 상품군의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전체 생활가전 부문에서 홈퍼니싱이 차지하는 매출 구성비도 같은 기간 5%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국내에 진출한 세계적인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영향도 적지 않다. 구매자가 직접 가구를 조립하는 DIY(do-it-yourself·직접 만들기) 가구를 선보여 셀프 인테리어와 홈퍼니싱 시장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모았다는 분석도 있다.

방송계에서도 ‘집’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지난해엔 ‘먹방’ ‘쿡방’ 열풍이 불었다면 올해엔 ‘집방’(집과 인테리어 관련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가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의 셀프 인테리어 배틀 프로그램 ‘헌집 줄게 새집 다오’는 ‘집방’의 시작을 알렸다. tvN은 셀프 인테리어 고수들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내방의 품격’을 신설했다.

집은 온라인에서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인테리어 팁을 공유하고 셀프 인테리어의 과정과 결과물을 공개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활발하다. 사진을 공유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인스타그램엔 자신의 방과 집을 꾸민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방스타’ ‘집스타’ 같은 신조어까지 생겼다.

홈스타일링 브랜드 씨랩의 류화숙 디자이너는 “집 꾸미기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여가를 보내는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취향에 따라 셀프 인테리어를 하거나 맞춤형 공간 컨설팅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스테이케이션 staycation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를 합성한 신조어다. 피곤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집 안이나 집 근처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려는 욕구를 뜻한다.

에디토피아 editopia  LG하우시스가 꼽은 2016, 2017년 인테리어 트렌드 중 하나. ‘편집(edit)’과 ‘낙원(utopia)’을 합친 말로 자기주도적으로 공간을 재편하는 셀프 인테리어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