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한테 삔또 상했는디, 안철수도 안 굴러가부러”

중앙일보

입력 2016.01.25 02:10

수정 2016.01.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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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4일 광주광역시에서 표창원·양향자씨 등 영입 인사들이 출연하는 ‘더불어콘서트’를 열었다. 대설주의보가 내린 이날 한 시민이 행사장인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무등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듯 찼다. 올겨울 가장 춥다는 24일 도로도 눈밭이었다. 광주 민심이 모이는 서구 양동시장에선 상인들이 옷깃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정치 민심도 영하 10도였다.

건어물 도매상을 운영하는 최성배(74)씨에게 27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거라는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대뜸 목소릴 높였다.

그렇게 나가라 해도 안 나가드만 이제 나간다고”


최씨는 손난로에 두 손을 갖다 대며 “이미 삔또 상해부렀는디(기분이 상했다는 목포 사투리), 사람이 너무 끈질겨 갖고”라고 했다. 문 대표의 사퇴가 광주 민심을 끌어올리는 더민주의 반전 카드가 되기엔 부족해 보였다.

총선 권역별 중간 점검 ② 광주
“더민주는 찍어도 혜택 없어”불만
“국민의당, 영감탱이만 잡아”실망
꽁꽁 언 민심, 둘 다 못 미덥지만
“야당 표 갈라지면 새누리가 독식”
야권통합 마지막 기대 안 버려

시장통 사거리에서 만난 상인 정관식(66·광주시 주월동)씨도 “문 대표는 호남을 박대하지 않았느냐”며 “이제 무조건 국민의당이제~. 안철수가 호남에서 붐을 일으켜야제”라고 국민의당을 편들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미덥지 않은 걱정들을 털어놓았다. 택시기사 문병주(60)씨는 “나는 안철수 찍을란다” 하면서도 “그런데 요즘 안철수가 안 굴러가부러. 정동영이, 박영선이 잡아야 되는데 영감탱이들만 잡고 있어”라고 말했다.

그는 “권노갑씨, 한화갑씨, 박지원씨 보시오. 이제 가만히 있어야 돼야~”라고 했다. 인재 영입 속도가 더디고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불만이었다. 전날(23일) 오후 전남대 용봉캠퍼스에서 만난 대학생들의 대화에서도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문재인한테는 광주에서 표 줬는데 돌아온 혜택이 하나도 없다고 알고 있어요. 차라리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낫지 않을까요. 저 사람은 다를 것 같아요.” - 김범윤(26·경영학 4년)씨

안철수도 그려. 이번에 문재인이랑 싸우는 걸 보고 실망 많이 했어요. 진짜 큰 그림을 생각했더라면 탈당 결정이 옳았을까요.” - 안소현(22·경영학 3년)씨


이래저래 불만인 마음들은 총선을 80일 남겨놓곤 ‘야권 통합’을 마지막 남은 기대라고 말하고 있었다.


양동시장에서 만난 건어물 도매상 이동환(70·광주시 농성동)씨는 “문재인이가 책임 크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를 뜨끈한 아랫목에 앉힌 뒤 연설을 늘어놓았다.
 

안철수가 당 만들어서 한단디, 어떻게 서로 간에 합당해야제. 야당 표 갈라먹으면 저기서(새누리당) 독식해 버리는디. 서로 거시기 하지 말고 다시 합당하고 밀고 나가야제. 그라믄 안 돼. (총선 전 통합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통합 못하면 인물 보고 찍어야제.”


전날 오후 광천동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만난 김윤수(57·광주시 학동·자영업)씨도 그랬다.

어차피 안철수씨도 부산 아니오. 둘이 합심을 해야제. 당 깨갖고 쓰겄어요. 호남 사람들이 (더민주를) 뛰쳐나온 것도 싫어하더라고요. 서울서도 표 분산되면 이득이 없잖아요. 새누리당 어부지리 당연히 싫지라….”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예비후보들의 고민도 깊었다. 광주 북을에 출마 예정인 이남재 전 손학규 대표비서실 부실장은 “전엔 시민들이 저보고 더민주에 남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 수가 좀 줄어든 것 같다”며 “호남 탈당 의원들이 중심인 국민의당을 보며 ‘새로운 정치’로 평가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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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으로 간 최경환 김대중센터공보실장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국보위 전력 논란에 맞서는 걸 보며 시민들은 친노 패권주의를 떠올리고 있다”고 했다.

전남대 오승용 연구교수는 “선대위에 친문재인 인사가 다수 포함되는 등 더민주가 또 방심하고 있다”며 “국민의당도 이명박 정부 인사 등 호남 정체성에 안 맞는 영입을 하고 있어 호남에선 양측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더민주 영입 인사들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토크콘서트인 ‘더불어콘서트’를 열었다. 지방 첫 일정이었다. 폭설에도 당원과 지지자 2000여 명이 몰렸다.

광주광역시=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