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엘살바도르 "2년간 임신 미뤄라" 2월에 특히 위험한 이 바이러스 때문

중앙일보

입력 2016.01.22 10:21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남미국가 엘살바도르 정부가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자국 여성들에게 "향후 2년동안 임신을 미루라"고 권고했다.

21일(현지시간) 이날 보건부 에두아르도 에스피노사 부장관은 "이미 임신한 여성들은 바깥에 나갈 때 모기에 물리지 않게 각별히 주의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엘살바도르에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임신부가 96명 있다.
 

임신을 미루라고 권한 건 엘살바도르만이 아니다. 선천성 기형인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콜롬비아와 자메이카 정부는 "가능하면 임신을 하라"고 권고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콜롬비아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 확산이 오는 7월까지 이어질 거로 보인다"면서 "바이러스 유행이 끝날 때까지 임신을 미루라"고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해발 2200m 이하에서 사는 임신부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2200m 이상 고지대 방문을 삼가라고 덧붙였다.

콜롬비아에선 지난해 1만1000명 이상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중 297명이 임신부였다. 자메이카 정부도 지난 19일 "가임기 여성들은 앞으로 6개월~1년간 임신을 삼가하는 게 좋다"고 알렸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태아 소두증 환자의 발생이 급격히 늘어나는 대표적인 국가는 브라질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카바이러스와 댕기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브라질 당국이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지난 10월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3893건의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됐으며 소두증으로 확인된 사례는 230건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지카 바이러스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다. 모기가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고인 물 웅덩이를 없애고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문제는 2월부터 시작되는 브라질 카니발 시즌이다.

길거리에 수백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이들이 모기에 물리게 되면 지카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월이 브라질이 속한 남반구에서는 한여름이라는 점도 우려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월은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모기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라고 분석하며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단단히 옷을 입고 브라질 카니발을 즐기러 오는 사람은 드물 것이기 때문에 모기에 더욱 취약해진다고 보도했다.

매년 관광객이 100만명 이상이 몰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도 소두증 환자가 지난주에만 19.4% 증가했다.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은 남미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미 여행객이 많은 미국에도 경고음이 켜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남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 외에도 '길랭-바레 증후군'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신경계에 타격을 주는 길랭-바레 증후군은 전신 마비를 유발하며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