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석사동에서 북카페 ‘피스 오브 마인드(Peace of Mind)’의 북 마스터로 일하는 김종헌(69·사진)씨는 “평생 나를 기쁘게 해준 서예를 널리 알리는 길라잡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서예가 보인다』 펴낸 김종헌씨
“앞으로 한글 서예 대세 이룰 것”
거량이 최근 미진사에서 펴낸 『서예가 보인다』는 이 소임을 실천하는 두 번째 책이다.
2007년 출간해 화제를 모은 『추사를 넘어-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이야기』(푸른역사)가 그가 흠모한 일곱 서예가들의 삶과 작품 평전이었다면, 『서예가 보인다』는 서예 교과서라 할 수 있다.
후배이자 디자이너인 윤은섭씨와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서예 역사와 작품, 서예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렸다. 한국과 중국 서예의 흐름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누구나 쉽게 서예에 입문할 수 있다.
“저는 앞으로 한글서예가 대세를 이루고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엊그제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이 쓴 여러 가지 실험적인 민체(民體)는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 등의 로고로 쓰이면서 캘리그라피 붐을 일으킨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판본체·궁체·서간체를 잇는 창조적인 한글서예가 많이 나와서 현대 서예의 새 길을 열어야 합니다.”
다각도로 퍼져나가는 캘리그라피도 전통 서예에 기초한다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현숙 열화당책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감수한 한국과 중국서예사 연표, 꼼꼼하게 정리한 참고문헌은 독자들이 유념해서 보아주었으면 하고 열심히 만든 이 책의 보물이다.
“대기업(남영비비안) 최고경영자 자리에도 올라봤지만 공부하며 노는 게 인생의 최고 재미이지 싶어요. ”
거량이 내민 명함에는 그가 이미 쓴 책 『빵굽는 아내와 CEO 남편의 전원카페』 등 4권의 표지사진과 함께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은퇴와 인생2막-마음의 평화’.
글=정재숙 문화전문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