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치러진 선거에선 52년 만에 처음으로 호남 출신 김병원 전 남평(전남 나주) 농협 조합장이 역전승으로 농협 회장에 당선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1차 투표 3위로 결선투표에 가지못한 최덕규 합천가야(경남 합천) 농협 조합장이 김 후보를 지원하는 불법선거 운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관위, 불법 운동 혐의 수사 의뢰
3등 후보 명의로 발송…번호는 달라
김 당선자 “사전 협의 전혀 없었다?
애초부터 선거는 3파전이었다. 1차 투표결과도 수도권 후보인 이성희 전 낙생(경기성남) 농협 조합장이 1위, 호남 후보인 김병원 조합장이 2위, 영남 후보인 최덕규 조합장이 3위였다. 결선투표는 득표수가 많은 이후보와 김 후보 대결로 압축됐다. 2위로 열세였던 김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이 후보를 제치고 역전승했다. 그러자 최 후보를 지지했던 조합장들이 지방 출신인 김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와 최 후보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것도 이 대목이다.
당일 투표에 참여한 한 대의원은 “경기·충남·호남 이런 곳엔(대의원에게) (문자가)안 가고 강원·경남·경북·대구·부산 지역에만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장은 “1차 투표 직후 문자가 돌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선투표 직후엔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경기권 조합장들이 반발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부정선거 혐의를 포착한 서울선관위는 선거 이틀 뒤인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문제가 된 문자의 번호는 최 조합장의 것이 아니었지만 최 조합장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 조합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떨어진 사람이 (뭐 하러) 그런 걸 보내겠나. 김 후보에게 ‘잘하고 내려온나’라고 말한 것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며 “폐쇄회로TV(CCTV)에 녹화돼 있을 테니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며 “누군가의 음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손 잡고 선거장을 돌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후보가 내 손을 잡고 ‘투표하고 가라’고 해서 고맙다는 취지로 손을 맞잡았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김병원 당선자도 “(의혹은) 사실과 전혀 다르며 그건(문자 발송은) 교감이 됐거나 사전에 협의한 건 전혀 없었다”며 “여러 여론조사 등을 통해 나름대로 당선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또 “(1차 투표에서) 2등을 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최 후보와) 손을 잠깐 잡은 정도”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최 조합장과 김 당선자의 부정 선거 연루 여부는 검찰 조사와 법원 판단을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선관위가 수집한 내용이 검찰 수사를 거쳐 사실로 드러나면 혐의자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건은 이번 회장 선거의 무효화 여부다. 당선 무효 기준은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다. 농협 자체 선관위를 통한 선거 과정에서 비위 사례가 끊이지 않자 2011년부터 중앙선관위가 농협 선거를 위탁 관리하고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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