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위트
미 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혹자는 제재가 충분히 강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하고, 혹자는 6자회담 대표들이 강하게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미국의 잘못된 대북관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을 만화책 주인공으로 여긴다. 즉 북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우습게 본다.
북한 국민은 로봇 같다. 인민군 역시 인조인간 군단처럼 한 동작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움직인다. 평양방송은 격앙된 말투로 광신도 집단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지도자 모습 또한 기괴하다. 파마 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김정일의 이미지가 그랬다. 김정은을 핵무기 “미치광이”라고 묘사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북한에 대한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내가 지난 20년간 북한 관리들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 보자면, 그들은 미치광이도, 만화책 주인공도 아니다. 북한 사람들 또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고집 센 공산당 위원부터 외국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영어를 독학한 행정관료까지 다양하다. 물론, 강경하고 애국적이며 반미 감정을 지닌 일부도 있다. 군인이면 특히 더 그렇다.
대부분의 북한 관리들이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주의적 판단에 따라 외교 현안을 결정한다고 말하면 미국인들은 놀랄 것이다. 그러나 북한 관리들은 국익이 뭔지 잘 알고, 이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바깥 세상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언젠가 회의에서 북한 고위 관료 옆에 앉았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의 저서 『집 밖에서 더 잘 크는 아이들(It Takes a Village)』에 관해 토론하고 싶어 했다(나는 책을 아직 못 읽었다고 답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북한 관리들과 만날 때마다 그들이 중국·한국·일본의 현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은 수십 년간 마오쩌둥이 비이성적인 독재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중국과 소련의 관계가 악화되자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만나며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다. 그건 분명한 현실주의자의 모습이었다. 북한 관리들도 키신저와 따로 만남을 가지는 모습을 본 적이 많다. 모두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미국 정치인에게서 한 수 배우는 소중한 기회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오해하지 말아 달라. 북한 사람이 바깥 세상에 대해 다 안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는 북한 관료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미국은 우리의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다면서도 실제 우리를 때리는 조치는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무언가 숨겨진 꿍꿍이가 있다고 추리했다. “실은 미국은 우리가 핵무기를 갖길 원하는 거다. 그래서 동맹인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거다.” 나는 그의 말이 틀렸고 미국은 진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고 답해 줬지만, 그가 내 말을 믿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럼 미국의 대북 정책은 어떻게 돼야 하는가? 물론 핵실험 같은 북한의 도발에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 중국에도 제재에 나서라는 압박을 가하고,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군사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아주 멀리 보며 움직이고 있다. 북한엔 자신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런 만큼 미국은 북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북한의 위협을 중단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의 전술적 대응만 거듭한다면, 미국은 2~3년 뒤 북한의 다섯 번째 핵실험을 목도하고도 발만 동동 구르게 될 것이다.
조엘 위트 미 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