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9일까지 6일간 28곳의 아이오와 지역을 순회한 미국 공화당 테드 크루즈 경선후보의 ‘아이오와 버스 크루즈’. 총 이동거리만 1800㎞다.
유세 둘째 날인 5일 오전 눈으로 덮인 인구 2937명의 오나와시 마을 공립도서관에는 100여 명의 주민이 단출하게 모여 있었다. 크루즈의 유세 현장은 전날 갔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집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느슨했다. 검색대는커녕 경호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 크루즈도 청바지에 청색 셔츠의 캐주얼 차림이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 모인 주민들 표정도 편해 보였다. 1시간 가량의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모두 행사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크루즈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현기 특파원, 크루즈 유세장 가다
한국 기자라 소개하자 손 덥석 잡아
“적에 맞서야” 대북 강경 대응 시사
6일간 아이오와 1800㎞ 버스 투어
경호원 없이 시골 마을 바까지 찾아
매트 스펄링(33·목사)은 “난 원래 트럼프도 좋아하지만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어 백악관 주인이 되면 과연 헌법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헌법을 지키는 파이터’인 크루즈를 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연설이 선동적이라면 크루즈의 연설은 논리적이었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수재답게 막힘이 없었다. 먼저 사회를 본 스티브 킹 하원의원(아이오와주)이 “나도 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크루즈에 비하면 똑똑한 축에도 못 낀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크루즈는 ‘내가 대통령에 취임한 내년 1월 20일 당일에 할 일 5가지’로 연설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고 ▶사법부로 하여금 낙태 찬성 단체를 수사하도록 명령하고 ▶공무원이 언제든 예배 볼 수 있게 하고 ▶이란 핵협상 합의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게 그것이다.
이어 ‘위대한 미국’을 부각시켰다. “쿠바에서 태어나 자란 아버지는 쿠바혁명에 동참해 싸우다 옥에 갇혀 고문당했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 나와 18세의 나이에 딱 100달러를 갖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시간당 50센트(약 600원)를 받으며 설거지 일을 하다 결국 복음을 전하는 목사가 됐다. 아버지는 늘 나에게 말한다. ‘쿠바에서 억압받을 때 벼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고. 도망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위대한 미국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청중들에게 2월 1일 당원대회 멤버 등록, 지지자 10명 포섭, 매일 1분씩 나라 위한 기도를 주문했다.
오나와·체로키·수시티=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