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해 10월 철군 일정 연기를 선언하고 특수부대를 증원하는 등 반격에 나섰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중단된 평화협상 재개를 노리고 있지만 기세를 올리고 있는 탈레반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실제 복무 않고 월급·무기 빼돌려
미국 매년 12조원 지원에도 고전
탈레반 공세 강화, 국토 30% 장악
상황은 7개월 전과 180도 달라졌다. 당시엔 탈레반의 세력이 크게 위축돼 있었지만 지금은 탈레반이 공세의 고삐를 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탈레반이 향후 대화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도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 고 전망했다.
미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건 아프간 정부의 무능과 부정부패다. 이미 14년 전쟁 동안 1조 달러(약 1210조원)을 쏟아 부은 미국은 종전을 선언한 이후에도 아프간 정부군 훈련과 무기·물자 지원에 매년 100억 달러(약 12조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공급한 무기가 탈레반에 흘러들어가거나 아프간 관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기 일쑤다.
AP통신은 이날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공세보다 ‘유령병사(ghost soldier)’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류상에는 존재하지만 실제 복무하지 않는 병사들이 40%에 달한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는 헬만드 주의회는 “서류에 나와 있는 병사 가운데 40%는 월급만 받아가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주요 전략거점마다 20명의 병사들이 편제돼 있지만 실제론 8~10명만 나와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아프간 관리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탈영한 병사들까지 부대에 편제시킨 뒤 이들의 급여를 빼돌리기도 한다. 통신은 “유령병사 상당수가 탈레반이나 무장군벌들과 연계돼 있어 정부군 전력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아프간 전쟁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이클 모렐 미 중앙정보국(CIA) 전 부국장은 지난 3일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올해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서 아프간이 중요한 도전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