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한국이라면 한창 업무에 열중할 시간이지만 SSIC 사무실 자리의 절반 이상은 비어 있었다. 대신 카페테리아에서 독서를 하거나 건물 안 정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스포츠센터에서 트레이너로부터 코치를 받으며 몸 만들기에 열중하는 직원도 있다. 이곳에서 만난 조형민 팀장은 “출퇴근 시간에 제약이 없어 낮에 쉬고 밤에 출근해 일하는 직원이 많다”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정착시켜 직원들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먹거리 찾는 혁신 전초기지
다국적 인재 모여 수평 소통
임원자리도 일반 직원과 같아
돌아가는 베젤, 스마트싱스 발굴
SSIC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한다.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헬스케어·클라우드·휴먼컴퓨터 등 신기술도 눈여겨본다. 다양한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채용한다. 손영권 SSIC 사장은 “삼성이 지금까지 한국의 것을 국제적으로 키웠다면 이제는 국제적인 것을 한국으로 들여와 키워야 한다”며 “삼성은 이제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처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bay) 지역을 끼고 마운틴뷰로 이동하면 글로벌혁신센터(GIC)와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가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지어진 새 건물이다. SSIC가 하드웨어 쪽에 특화됐다면 GIC는 소프트웨어가 주 전공이다. 가상현실·빅데이터·보안 같은 분야에서 떠오르는 벤처기업·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한다. 또 초기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면서 신기술을 찾는다. 미국에 산재해 있던 여러 연구소를 한 곳에 집결시킨 SRA에서는 사업 영역 전반에 걸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한다.
이런 삼성의 투자는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으로 떠오른 ‘삼성페이’, IoT 기업 ‘스마트싱스’, 스마트워치에 들어가는 ‘돌아가는 베젤’ 등이 모두 현지 법인에서 발굴한 기술이다. 은 사장은 “다양한 국적·회사·학교·전공의 인재를 영입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고 있다”며 “마치 여러 재료를 섞어 맛있는 짬뽕을 만드는 이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고 수준의 삼성 하드웨어에 이제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너제이=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