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북한을 뜻하는 거냐"고 되묻는 순간 바로 옆에 있던 캠프 관계자가 답을 가로막고 나섰다. 질문은 공식 채널을 거쳐야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떡이는 크루즈의 표정에선 자신이 내년 1월 새 대통령에 취임하면 북한에 강경하게 나설 것이란 뜻으로 한 발언임을 읽을 수 있었다.
크루즈는 첫 승부처인 아이오와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트럼프 대세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의 아이오와 여론조사 결과 크루즈는 28%의 지지율로 트럼프(24%)에 앞서 있다.
매트 스펄링(33·목사)은 "난 원래 트럼프도 좋아하지만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어 백악관 주인이 되면 과연 헌법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헌법을 지키는 파이터'인 크루즈를 택하려 한다"고 말했다.
크루즈의 연설은 3단계.
시작은 '내가 대통령에 취임한 내년 1월20일 당일에 할 일 5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고 ▶사법부로 하여금 낙태 찬성 단체를 수사하도록 명령하고 ▶공무원이 언제든 예배 볼 수 있게 하고 ▶이란 핵협상 합의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게 그것이다.
2단계는 '위대한 미국' 띄우기. "쿠바에서 태어나 자란 아버지는 쿠바혁명에 동참해 싸우다 옥에 갇혀 고문당했다. 코는 부러지고 이는 다 깨졌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하느님은 아버지를 향한 다른 계획을 갖고 계셨다. 그는 감옥에서 풀려 나와 18살의 나이에 딱 100달러를 갖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시간당 50센트(약 600원)을 받으며 설거지 일을 하다 결국 복음을 전하는 목사가 됐다. 성경은 우리에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늘 같다. 늘 나에게 말한다. '쿠바에서 억압받을 때 벼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고. 도망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위대한 미국이다'."
마지막은 '부탁 3가지'. ▶이 자리에서 2월1일 당원대회 멤버로 등록하고 ▶주변 친지 등 지지자 10명 포섭하기 ▶매일 1분씩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기다. 연설의 마무리 또한 공화당 핵심 지지층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의식했다.
유세를 지켜 본 데니스 멕켄듀리스(54·주부)는 "무엇보다 그의 독실한 종교관에 마음에 들었다"고 흡족해했다. 갓난 아이를 안은 채 유세장을 찾은 수잔 콜린스(29)는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내 주변에는 크루즈와 트럼프 지지자가 정확히 양분돼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크루즈 쪽으로 돌아서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인 수시티의 기독교대학 도트대학에는 비교적 대규모인 500여 명이 모였다. 홀 1층이 꽉 차 2층 난간까지 청중으로 꼭 찼다. 저녁 시간이라 가족 단위와 젊은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행사장 곳곳에는 '용감한 보수주의자'란 팻말이 출렁거렸다.
'아이오와 크루즈 돌풍'에는 그가 '비주류'란 점이 크게 작용한 듯 했다. 그만큼 기성 공화당 주류 세력에 대한 불만이 축적돼 있음을 뜻했다. 이를 교묘히 활용하는 게 크루즈의 영리함이다. 크루즈의 유세 중 가장 큰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받은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크루즈는 결코 이길 수 없다. 왜냐면 워싱턴의 엘리트들은 그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근데 이게 내 선거 캠페인의 핵심이 될 줄이야. 워싱턴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싫어했다. 워싱턴에 맞서는, 워싱턴이 가장 싫어하는 내가 그 뒤를 잇겠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