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자들 죽이겠다”는 IS 여섯 살 꼬마

중앙일보

입력 2016.01.06 02:34

수정 2016.01.0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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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말 공개한 인질 처형 동영상에 등장한 어린이가 “불신자들을 살해하겠다”고 영어로 말하고 있다. [데일리 메일 캡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 말 공개한 ‘영국인 스파이’ 5명을 처형하는 동영상에 IS 군 작업복 차림으로 등장해 영어로 영국을 상대로 협박하는 두 사람이 있다. 한 명은 어린이다. 4일 영국 언론들은 두 사람 모두 영국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동영상에서 “불신자들을 살해하겠다”고 말한 아이는 여섯 살짜리 이사 데어로 영국 태생의 그레이스 ‘카디자’ 데어(24)의 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처형 동영상에 군 작업복 입고 등장
18개월 전엔 소총 옮기는 모습 공개
IS대원과 결혼한 영국여성 아들인 듯

그레이스 데어는 극단주의 성향을 보이다 2012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아내가 되겠다며 시리아로 가서 IS 대원과 결혼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선 ‘지하디스트 신부’로 불린다. 그는 18개월 전 이사가 AK소총을 운반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2014년 발견된 동영상에선 스스로 부르카를 쓰고 AK-47 소총을 쏘는 장면이 담겼다.

 할아버지인 선데이 데어는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른다. IS가 아이를 선전물로 삼았다”고 한탄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IS에 최소 35명의 영국계 어린이가 사는데 이사는 그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그레이스 데어를 두곤 한 정보 당국자는 “시리아 내 지하디스트들과 IS 합류를 생각하는 자들에게서 유명 인사나 다름없다”며 “0순위 위험인물”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명은 아동 놀이기구 판매원인 싯다르타 다하르(32)란 보도가 있었다. 가족들도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런던 동부에서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힌두교도로 자랐으나 10년 전 무슬림 여성과 결혼하면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아부 루마사야란 이름도 썼다. 2014년 9월 극단주의 단체(알무하지룬) 연루 혐의로 붙잡혔다가 석방됐는데 직후 부인과 네 아이들을 데리고 시리아로 떠났다. IS의 홍보 사진에 AK-47 소총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 적도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동영상을 두고 “수세에 몰린 조직이 절박한 상황에서 펴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