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기업이 우리 경제를 얼마나 비관적으로 전망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올 산업 전망도 좋은 소식은 거의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현 경제상황이 닷컴버블붕괴(2000년)와 신용카드대란(2003년) 당시와 유사하다고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절대수요의 부족, 건축시장의 초과공급, 리딩산업의 실종, 아시아 리스크의 대두 등이 나타나며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고 올 산업을 전망했다. 좀비기업 구조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중국 증시의 연이은 폭락과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의 긴장 등 대외적 여건도 좋지 않다. 나라 안팎 어디에도 기댈 데가 없다. 그나마 삼성·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한국 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데는 그동안 기업들이 혁신보다는 편안한 사업에 안주하고 정부의 부양책에 기댄 채 이윤이나 따먹는 지대추구형(rent seeking) 경영에 머물렀던 업보도 크다. 올해 경제적 어려움은 1997년 외환위기처럼 갑자기 닥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예고된 상황이어서 다행히 준비할 시간이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혁신과 역동적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고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꼽는다. 한국은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가 발표한 글로벌기업가정신지수에서 120개국 중 32위(2014년)를 기록해 경제규모(13위)에 비해 기업가정신이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위기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한미약품이 직원들에게 일인당 4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주기로 한 것도 혁신과 도전을 멈추지 않은 기업가정신 덕분이었다.
또 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과 공생을 고민해야 한다. 90년대 외환위기 당시 인원부터 우선 정리한 구조조정으로 가족해체와 함께 중산층이 붕괴했고, 그 여파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졌다. 당시 기업 위기를 근로자에게 쉽게 전가했던 기억은 근로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상실로 이어져 노동개혁을 어렵게 하는 등 악순환을 만들었다. 올해는 소비절벽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도 과거와 다른 자구노력을 고민하고 일정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감원을 회피하는 방식의 새로운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