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시무식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 ‘아관파천의 기억’을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입했다. 그는 “조선시대 갑오개혁의 실패는 2년 뒤 병신년 아관파천의 치욕을 낳았다”고 말했다. 갑오개혁은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이후인 1894년 개화파 관료들이 주도한 대대적인 정치·사회·경제 제도 개혁 운동이었다. 사실상 조선이 주체적으로 근대화할 마지막 기회였지만 미약한 개혁 동력과 일본 등 열국의 간섭, 보수층의 반발로 결국 실패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염두에 둔 듯 현재 추진 중인 4대 개혁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의 지연은 곧 위기의 방아쇠이고, 한 발 앞선 개혁이 번영의 열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기재부 관료들에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을 반드시 이루어내자”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새해에도 경제 여건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고 했다.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 신흥국 경기 둔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고 세계 수요 부진과 후발국의 기술 추격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우려도 있다. 대내적으로는 경기회복세가 아직 탄탄하지 않다. 기업과 가계부채 등 잠재돼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여건 변화에 따라 ‘한 순간에 잘못될 수도 있는’ 상황”이란 경고다.
이처럼 간단치 않은 현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이날 최 부총리는 역사 속 '또하나의 병신년'도 언급했다. 몽고의 침입기인 1236년이다. 그는 "당시 팔만대장경을 만들기 시작하는 등 민족의 역량의 모아 위기를 극복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병신년이 시작되는 만큼 다시 한번 국민의 역량을 결집해 난관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세종=조민근·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