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금융당국이 도입한 IC단말기 의무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급속한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한 탁상행정으로 가맹점의 부담만 늘렸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IC단말기를 의무화하기로 한 건 지난해 2월 카드 정보 유출 사고 직후다. 긁는 방식의 기존 마그네틱 카드는 복제나 단말기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정치권 비판에 금융위원회는 서둘러 여신전문금융법을 고쳤다. 마그네틱 카드를 복제가 어려운 IC칩 카드로 바꾸고 이를 위해 가맹점이 IC단말기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전국 260만 곳의 카드 가맹점의 95%(247만 곳)가 대당 20만원 안팎인 단말기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카드업계는 영세가맹점 설치 지원금으로 1000억원을 갹출하기도 했다.
7월부터 설치 의무화했지만 삼성페이 확산, 쓸 일 적고
NFC 결제장치 탑제 안 해…애플페이는 쓰지도 못해
인터넷은행까지 나오는데 카드 가맹점 부담만 늘어
여기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는 NFC 결제 장치도 빠졌다. NFC 결제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스마트폰과 단말기의 주파수를 맞춰 결제하는 방식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와 애플의 애플페이가 채택했다. 삼성 스마트폰도 미래를 대비해 NFC 결제 시스템을 탑재했다. NFC 결제 장치를 뺀 이유는 카드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예전부터 NFC 결제를 준비한 하나·비씨카드는 찬성한 반면 다른 카드사는 통신사 수수료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중재 노력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카드사 간 의견이 대립하자 금융당국이 우선 ‘개문발차’ 식으로 시행하고 보자며 IC단말기를 도입했다”며 “카드사 간의 이해관계를 중재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탑재하지 않은 탓에 향후 NFC 결제방식이 국내에서 대세가 되면 카드 가맹점은 1대당 10만원 안팎의 전용단말기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더구나 내년 카카오은행·K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아예 단말기 없이 결제를 할 수 있다. 고객이 카카오뱅크의 가맹점 계좌로 입금하면 수수료 없이 곧바로 결제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모바일 결제 기능을 담은 업그레이드 버전의 결제 단말기 출시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에 맞춰 NFC를 비롯한 관련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진 사용자가 훨씬 많은 플라스틱 카드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모바일 결제 확산에 맞춰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