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의원은 “권 고문과 만난 뒤에 당에 남기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권 고문께서 우리 당이 분열하지 않고 통합이 될 수 있도록 당에서 여러 가지로 중재도 하고, 설득도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권 고문, 분당 막기 정중동 행보
정치 70년 … “못 겪던 일” 위기감
원로·호남·수도권의원 두루 면담
“일주일 뒤 생각 정리해 얘기할 것”
그런 권 고문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야권의 혼란상은 “내가 그동안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고민스럽다.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언론에 대고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싶지 않다”며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거듭 공개적으론 목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침묵’의 이유에 대해선 “문재인 대표나 안철수 의원 모두 소중한 자산인데, (말 한마디로)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 한 측근은 “권 고문이 말한 ‘겪어보지 못한 일’이란 뜻은 정치의 부재를 얘기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당 안에서 싸우고 나중에는 뭉쳤는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를 팽(烹)시키려 한다”고 설명했다. 권 고문은 “임채정(전 국회의장), 정대철(고문) 등 상임고문단도 만나고, 호남·수도권 의원들도 1대 1로 만나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송 의원과의 만남도 그런 맥락에서인 셈이다. 권 고문은 “다들 걱정이 많다. 일주일 정도 얘기를 더 들어보고 생각을 정리한 다음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고문은 “과거 제3당의 정치 실험은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건 옛날 얘기”라고도 했다. 안 의원의 탈당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권 고문은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 9~10월에도 문 대표와 안 의원, 비주류 인사들을 잇따라 접촉했다. 당시 권 고문이 내놓은 중재안은 ‘문 대표의 권위를 최대한 존중해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주고, 대선 주자급 인사들을 앞세운 통합 선거대책위를 꾸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중재안은 안 의원 탈당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 돼버렸다. 권 고문은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으나 동교동계 인사들의 기류는 복잡했다. 지난 15일 ‘화요모임’(동교동계의 김 전 대통령 묘역 정기 참배) 이후 30여 명이 가진 점심 자리에선 당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이훈평 전 의원은 “DJ(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엔 생각도 못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얼마나 개탄스럽겠느냐”고 되물었다. 설훈 의원은 “하나가 돼야 할 당이 깨진 독이 됐다”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