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는 16일 현재 프로농구 10개 팀 가운데 8위(11승19패)에 머물러있다. 그러나 포웰이 복귀한 뒤 ‘포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11일 KCC와 1대1 트레이드를 했다. 허버트 힐(31)을 내주고 포웰을 데려온 뒤 2연승했다. 잘 풀리지 않던 공격은 화끈해졌고, 실수는 줄어들었다. 포웰은 흥행에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 김성헌 전자랜드 사무국장은 “13일 경기 예매분만 3000여 장 팔렸다. 평소(700여 장 안팎)의 4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전자랜드 주전 빅맨 정효근(22·2m1cm)은 “집 나갔던 소가 다시 돌아온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포웰, 4시즌 뛴 친정 떠나 KCC행
유도훈 감독 8위 몰리자 재영입
실수한 동료에게 한국말로 “침착해”
팀 구심점 맡으며 이적 후 2연승
팬들 “환영합니다” 플래카드 응원
13일 홈경기 7168명 최다관중 몰려
포웰에게도 전자랜드는 고향 같은 팀이다. 대학 졸업 후 미국프로농구(NBA)에 수차례 도전장을 던졌지만 받아주는 팀이 없어 호주·독일·이란 등 해외 리그를 전전했던 그를 전자랜드는 포근하게 감싸안았다. 지난 15일 기자와 만난 포웰은 “내 프로 인생의 절반을 전자랜드와 함께 했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 누구든 눈빛만 봐도 통한다. 당연히 내겐 집과 같은 팀”이라고 했다. 이날 그는 집을 뜻하는 ‘home’ ‘house’라는 단어를 수차례나 들먹였다.
전자랜드는 11월에만 1승9패에 그쳤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유 감독은 옛 제자를 불러냈다. 유 감독은 “어려울 때 구심점 역할을 할 선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지난 11일 복귀한 포웰을 만난 자리에서 “팀이 어려운 시기에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며 플레잉코치 역할을 맡겼다.
포웰은 복귀하자마자 선수들을 불러놓고 “리스타트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동료들은 ‘캡틴’ ‘CP(캡틴 포웰)’라고 부르며 힘을 실어줬다. 슈터 정영삼(31)은 “그 말 한마디로 포웰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프로에 입문해 포웰에게 틈틈이 슛 기술을 배웠던 정효근은 다시 포웰의 제자가 됐다.
포웰은 경기 중에 선수들의 투혼을 일깨우는 역할도 맡는다. 신인 한희원(22)은 “자유투를 놓쳐 실망하고 있는데 포웰이 우리말로 ‘루키, 침착해’ 라며 힘을 불어넣어줬다”고 설명했다.
전자랜드 선수들은 포웰의 합류를 기적같은 선물로 여기고 있다. 전자랜드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또 하나의 기적을 꿈꾼다. 전자랜드는 24일 인천 홈코트에서 6위인 원주 동부(16승14패)와 맞붙는다. 동부와 전자랜드의 승차는 5게임 차다.
◆KCC, 인삼공사 누르고 3연패 탈출=KCC는 16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경기에서 85-60으로 이기고 3연패를 탈출했다. 안드레 에밋이 18점을 올렸고 전자랜드에서 포웰과 트레이드 된 힐이 14점·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동부는 원주 홈 경기에서 부산 kt를 80-60으로 꺾었다.
인천=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