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시즌 프로에 데뷔한 그는 군 입대와 국가대표 차출 때를 제외하곤 전 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부상 때문에 코트에 나서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시즌엔 기량도 더욱 발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평균 17.38점을 넣어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전체 9위)다. 가로채기 부문 평균 1.9개로 전체 1위다. 이정현은 이번 시즌 프로농구 시즌 초반 3위(18승11패)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삼공사의 핵심전력으로 꼽힌다.
득점 국내선수 1위, 전 경기 출장
인삼공사 초반 3위 돌풍 이끌어
이정현은 “슛 감각이 좋아지면서 코트에 서는 순간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 1월 제대했다. 군 생활에 따른 공백 때문에 사람들에게 잊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시즌 개막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프로 데뷔 후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데뷔 세 시즌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운 선수는 이정현을 포함해 10명뿐이다. 이번 시즌에도 9월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한 것을 제외하곤 전 경기(21경기)에 나왔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만든 값진 기록이었다.
이정현은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한다. 트레이너와 함께 보강운동을 틈틈이 하는 게 전 경기에 나서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 경력이 쌓이면서 다른 어떤 기록보다 전 경기 출장이 값진 기록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금강불괴’라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고 했다.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1학년부터 선수 생활을 한 이정현은 금세 빛났다. 광주고 3학년 땐 전국대회 한 경기에서 55점을 퍼붓기도 했다. 당시 그는 ‘득점 기계’로 불렸다. 프로에서 2년간 벤치 멤버인 식스맨에 가까웠지만 주연 못지 않은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정현은 2011~12시즌(9.46점)을 제외하곤 매 시즌 두자릿수 평균 득점을 올렸다.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가장 득점력이 좋은 캐릭터인 서태웅에 빗대 ‘벤치 서태웅’이라는 말을 들었다. 2011~12시즌엔 우수후보선수상도 받았다.
조연으로만 빛났던 이정현은 이젠 주연급 선수로 성장해 ‘안양의 서태웅’으로 떠올랐다. 이정현은 “식스맨으로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내 힘을 쏟아붓는 집중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모든 경기에 출전하는 건 모든 선수의 꿈일 것”이라며 “반짝 스타보다는 오랫동안 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