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모란봉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12일 중국 공연을 취소하고 돌연 귀국하며 양국 관계에 세 가지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첫째, 중국의 대북 전략적 가치론에 대한 변화 가능성이다. 중국은 북한을 ▶소통이 안 되고(不溝通) ▶중국의 말을 듣지 않으며(不聽話)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不可測性) 국가로 의심해 왔다.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돌발성이 이번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중국은 앞으로 북한의 전략적 가치보다 전략적 위험을 더 우려하게 됐다. 리카이성(李開盛) 후난(湖南)성 샹탄(湘潭)대 교수는 “북한의 공연 취소는 국가 간 외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중국의 ‘3불관’에 대한 확신만 키웠다”고 분석했다.
북·중 관계 당분간 찬바람
중국 공산당 연락부장이 북 초청
시진핑 외교 리더십에 상처 생겨
북 핵실험·미사일 도발 가능성도
셋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 리더십이 손상됐다. 북한 대표단을 초청한 인사는 시 주석의 측근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다. 그는 지난 12년간 대외연락부장 자리를 지켜온 왕자루이(王家瑞·66) 전 부장 후임으로 지난달 25일 임명됐다. 시 주석은 대북 관계를 혈맹 등 특수관계가 아닌 정상국가 관계로 조정하기 위해 쑹을 발탁했다. 모란봉악단 초청은 냉각됐던 대북 관계 복원은 물론 양국의 정상적인 국가 관계 수립을 위한 출발점이었다. 공연 취소는 시 주석이 추구하는 미래 대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의 외교 리더십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중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공연이 설명 없이 갑자기 취소된 것은 외교적 문제에 따른 것일 수 있다”며 “시 주석 입장에선 북한이 결례를 범한 모양새이고 북한도 무시당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만큼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연 취소 뒤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리 기간을 거쳐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란 기대가 동시에 나왔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chkc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