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로 두번째라면 질색할 정도로 정통 연기파 배우로 통하는 이들 4명의 배우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게임이다. 게임 3개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을 평정한 핀란드 회사 슈퍼셀 광고에 출연해 열연했다. 리암 니슨이 “나는 널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 바바리안과 드래곤으로 널 부숴버릴 것이다”라고 읖조리는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는 국내서도 회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노란 머리 근육질의 바바리안이 한손에 칼을 쥐고 포탄을 뚫고 적진으로 질주하는 이 광고를 시작으로 슈퍼셀이 올 5월부터 국내 투입한 광고비는 100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혁신 기업인, 미래 50년을 말하다 <19> 일카 파나넨 슈퍼셀 CEO
모바일서 하루 평균 매출 55억원
작년 총매출 2조, 애플·구글서 1위
한국 광고비로만 7개월간 100억
이 회사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소셜 게임 폭발시대’를 예견했다. 그는 “모바일 게임은 아직 시장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미래엔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진보할지라도 모바일 게임과 소셜(social)이란 키워드는 기술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가 컴퓨터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의 시대다. 사람들의 손마다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쉴 새 없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다. 일카 파나넨은 이런 모바일 시대에서 폭발적인 모바일 게임 성장 가능성을 목격했다. 스마트폰을 파는 건 삼성전자와 애플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회사가 이 과실을 누리는 향유자가 되리라 예견한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마트폰이 똑똑해지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손에 ‘게임기’가 하나씩 들려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로 업계 추산 기준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 2013년 170억 달러에서 올해 300억 달러로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전체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져 올해는 게임시장의 절반 정도를 모바일 게임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게임의 폭발력을 경험한 일카 파나넨 CEO는 “모바일 게임은 여전히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상태로 현재로선 기업들이 (모바일 게임)가능성의 극히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미래 게임으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소셜 게임’을 꼽았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소셜게임에 많은 가능성이 있으며 앞으로 50년 뒤 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라도 소셜게임이 기술개발의 핵심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확언했다.
단기간 큰 성공을 거둔 슈퍼셀의 성공비결을 묻자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놨다. ‘운(運)’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산업의 특징과도 맞닿아있는 것으로 그는 “실제로 히트했다고 보기 어려운 게임 중에서도 훌륭한 게임이 많은데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겸양의 말을 남겼다. 그는 “다만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이 게임개발에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자유와 책임감을 부여했다”고 부연했다. 슈퍼셀은 회사 설립 초기 160여개의 게임을 쏟아내며 물량공세를 하던 전략을 ‘건샤인넷’을 계기로 뒤집고 ‘셀(세포)’방식의 독특한 개발 체제를 도입해오고 있다. 5~7명으로 구성된 인력들이 직접 게임의 기획단계부터 디자인, 실 서비스와 업데이트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것으로 셀에 전권을 부여한다. 많은 게임을 개발하기 보다 수평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소수의 게임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진화시키도록 한 것이다.
그는 모(母)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정의(57) 소프트뱅크 회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2013년 10월 회사 지분 51%를 15억 달러(약 1조7700억원)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올 6월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총 73%의 지분을 확보했다. 그는 “손정의 회장은 미래 비전이 우리와 같았고, 문화적으로 비슷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지만 이를 위해선 시간과 인내, 행운이 필요했다. 이 비전을 지원하는 데 소프트뱅크는 매우 적합한 아이디어 파트너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앵그리버드’게임을 만든 로비오와 슈퍼셀이 핀란드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 1980년부터 누적되어 온 게임 개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의 역할도 있다. 핀란드는 전세계에서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로 관료주의가 없고 게임에 대한 공공펀딩 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다.” 슈퍼셀은 정부가 창업지원금을 제공하는 창업지원센터인 ‘스타트업 사우나’를 통해 설립된 회사로 창업 이후에도 핀란드 정부로부터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첫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는 것이다. 일카 파나넨 CEO는 “핀란드 게임기업들은 스스로 하나의 큰 가족이라고 여긴다”며 “다른 회사를 경쟁자가 아니라 돕고 싶은 가족 구성원 중 하나로 보고 한 회사가 성공을 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다른 회사들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핀란드 게임의 성공비결”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