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의 문턱에 선 새정치민주연합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으로 출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로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9일 “타협점으로 공동 비대위원장을 제안하기로 하고 오늘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명을 받았다”며 “수도권 의원 63명 중 절반 이상이 서명했고, 대표단을 꾸려 문 대표와 안 의원에게 10일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의원들은 ▶문 대표와 안 의원이 무한 책임을 지고 현 상황에 임한다 ▶두 사람의 혁신안이 실천되도록 한다 ▶총선에서 두 사람에게 전권을 부여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문 대표가 지난 8일 안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 요구를 공개 거부하면서 안 의원의 탈당 및 비주류 의원들의 동반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9일 오전 8시에만 여러 그룹의 회동이 동시다발로 열렸다.
“오늘 문재인·안철수에게 제안”
문 측 “대안 마련되면 대표직 사퇴”
공동 비대위원장 제의에 수용 시사
안 측, 오전엔 호의적 오후엔 싸늘
#2. 역시 의원회관 8층 김상희 의원실. 김현미·민병두·박홍근·신경민·조정식 의원 등 수도권 의원 10명이 모였다. 주류·비주류가 혼재된 구성이었다. 신 의원은 모임 후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모두 당에 필요하다”며 “두 얼굴로 총선·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책임지고 같이할 수 있는 체제는 비대위밖에 없다”고 했다.
#3. 여의도의 한 식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원혜영·박지원·박영선 의원 등 전직 원내대표들과 조찬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모임 후 “당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이 비대위 체제로 위기를 극복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류·비주류, 호남·수도권, 초선·다선 여부와 상관없이 해법은 비대위로 수렴했다.
하지만 비대위의 그림이 서로 달랐다. 당초 문희상 의원 등 당 중진들은 8일 문 대표와 만나 ‘문 대표의 살신성인(사퇴)과 비대위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중진들의 구상은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총선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구상이었다. 이럴 경우 문 대표나 안 의원은 공천혁신안 등의 실천 과정에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 한 의원은 “중진들의 제안에 문 대표의 반응이 싸늘했다”고 전했다. 이를 파악한 수도권 의원들이 ‘문·안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마련했다.
문 대표 측은 수도권 모임의 ‘문·안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엔 긍정적이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 대표는 대안 없는 사퇴는 무책임하다고 보지만 대안이 마련되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 주승용 의원과 만나 “내가 만나고 싶어도 안 만나 줄 수 있으니 주 최고위원이 안 의원을 만나 ‘혁신 전대 빼곤 다 얘기하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주 의원이 전했다.
결국 공은 다시 안 의원에게 넘어갔다. 탈당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온 안 의원의 측근 문병호 의원은 이날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선 “문 대표가 일단 사퇴하고 안 의원과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는 안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밤엔 “안 의원은 비대위원장에 관심이 없다. 문 대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안 의원은 15일 이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안 의원은 이날 마감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에 자료를 접수시키지 않았으나 연기를 신청했다.
글=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