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승준이 1군에서 뛴 건 8경기(타율 0.077)에 불과했다. 허리 부상도 있었지만 발이 느리고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탓에 수비가 불안해서다. 결국 LG는 최승준을 20인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했다.
지난 2년간 LG를 지휘한 양상문(54) 감독은 젊고 빠른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개편하려 한다. 지난달 28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이진영(35·kt)과 이병규(41·등번호 9번)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시즌 중엔 외야수 정의윤(29)을 SK로 보냈고, 발이 빠른 임훈(30)을 데려왔다. 파워가 좋은 나성용(28·삼성)도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뺐다. 팬들의 원성이 자자했지만 양 감독은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고 있다. 잠실구장은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100m, 중앙펜스까지가 125m다. 웬만한 메이저리그 구장보다 넓다. LG가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홈런(94-59-59-90-114개)을 기록한 건 타자의 잘못만이 아니었다. 구장이 넓은 탓도 있었다. 야구 기록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잠실구장의 홈런 파크팩터는 66.9(평균 100)였다. 타자에게 가장 불리한 구장이라는 사실이 기록으로 입증됐다.
외벽 허문 인천 좌측 외야에 바람길
펜스 거리도 짧아 장타 많이 나와
LG서 홈런 0개 정의윤 이적 후 14개
SK, 2군 홈런왕 출신 최승준도 영입
큰 잠실구장 쓰는 LG 양상문감독
젊고 빠르게, 팀 체질 바꾸기 나서
SK는 최승준을 영입하면서 “우리 홈 구장이 내년엔 가장 작은 구장이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목동구장(중앙 118m, 좌우 98m)을 썼던 넥센이 고척스카이돔(중앙 122m, 좌우 99m), 대구시민구장(중앙 120m, 좌우 99m)을 사용했던 삼성이 삼성라이온즈파크(중앙 122m, 좌우 98m)로 이전하기 때문에 인천구장은 장타자에게 가장 유리한 곳이 된다. 잠실에서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 타자들을 SK가 영입하는 이유다. SK는 정의윤(올 시즌 LG 소속 32경기 홈런 0, 이적 후 59경기 14홈런)의 성공으로 더욱 자신감에 차 있다.
올해 1군에 진입한 kt도 수원구장의 특성을 살린 선수 영입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홈플레이트에서 왼쪽 펜스 방향으로 기류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파워 있는 오른손 타자들을 스카우트했다. 김상현(27홈런)·박경수(22홈런)가 기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같은 이유로 kt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오른손 파워히터 남태혁(24)을 선발했다.
올 시즌 넥센은 사직구장에 이어 두 번째로 홈런 파크팩터(115.2)가 높은 목동구장에서 홈런 117개를 터뜨렸다. 목동에서 자신감을 키운 박병호(29·미네소타)와 강정호(28·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넥센의 이장석(49) 대표와 염경엽(47) 감독이 목동구장에 최적화된 선수들을 영입해 키웠다. 여기에 트레이닝 팀의 노력까지 더해져 한 시즌 홈런 20개를 넘지 못했던 이택근(35)·김민성(27)·유한준(34) 등도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했다.
넥센 타선은 올해 홈런 203개를 때려 전체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넥센의 전략은 대폭 수정될 전망이다. 올해 52홈런을 때린 박병호와 23홈런을 날린 유한준(kt)이 팀을 떠난 데다, 넓은 고척스카이돔으로 홈 구장을 이전하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고척돔에서는 빠른 야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파크팩터=구장이 홈·원정 팀 기록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지표. 득점·안타·홈런·실책 등의 파크팩터를 구할 수 있다. 파크팩터를 구하는 공식은 여러 가지인데, 홈런 파크팩터는 [(홈구장 팀 홈런+피홈런)/(타수 - (삼진+볼넷))]/[(원정구장 팀 홈런+피홈런/(타수 - (삼진+볼넷))]에 분모를 중립 구장으로 보정해 산출한다. 100 이상이면 타자에게 유리하고, 반대라면 투수에게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