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韓)민족이 흰옷을 즐겨 입었다고 해서 백의민족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색동조각보를 보면 그런 말을 할 순 없을 겁니다. 얼마나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감을 가졌는데요.”
박영순(67) 연세대 명예교수(생활디자인학과)의 견해다. 그는 지난 5월 ‘위민 크로스 DMZ(국제여성평화걷기)’의 상징물인 가로·세로 10m 대형 색동조각보를 디자인했다. 8일까지 명동성당 지하 1층 갤러리에서 첫 색동조각보 전시회를 여는 그를 만났다.
박영순 연세대 명예교수
25년간 색동디자인 연구, 첫 전시회
“한국만의 예술, 세계적 상품 될 것”
그는 “전통 색동의 아름다움은 자유롭고 자연스런 구성에 있다”며 “20세기 추상화보다 앞선 미적 감각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색동은 전 세계서 한국에만 있는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색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게 됐다고 한다.
박 교수는 패션이나 섬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고, 바느질 솜씨도 서툴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색동조각보 작업에 나선 데 대해 “요즘 융합의 시대에 장르를 고집하면 창의성을 키우기 힘들다. 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색동을 나름대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했다.
그의 작품에선 전통 색동의 기본색인 흰색이 빠졌다. 무채색인 흰색이 유채색 계열의 색과 대조를 이루면서 강하고 현란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가늘고 긴 선이 반복되는 전통기법에서 벗어나 면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했다. 면을 수직·수평으로 나눠 단조롭지 않은 느낌도 줬다. 또 소용돌이 모티브를 딴 패턴을 도입했다. 그는 색동의 탈바꿈에 대해 “학자는 전통을 연구하고, 장인은 전통을 계승한다면, 디자이너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게 임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색동조각보 예술은 한땀 한땀 꿰매는 걸로 아는데, 바느질이 자신 없다면 재봉틀로 박음질해도 괜찮다. 더 많은 사람이 색동조각보를 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색동 디자인을 활용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래서 색동 아동용 퍼즐, 색동 램프 등을 디자인해서 내놨고, 색동 디자인 브랜드도 따로 만들 계획도 있다. 그는 “프랑스와 중국에서도 색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잘 가꾸면 세계적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