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일, 51번째를 맞은 무역의 날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지난해 11월에 이미 최단기간 무역량 연 1조원을 돌파했고 수출과 흑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트리플크라운(무역 1조 달러·최대 수출·최대 흑자)’ 달성을 자축했다.
1년이 지난 올 12월 7일 52회 무역의 날 분위기는 정반대다. 수출은 올해 내내 ‘마이너스 행진’이며 교역량 1조원 달성은 5년 만에 무산될 위기다. 흑자규모가 늘어났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 모습이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국 수출은 올해 세계 6위로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오르며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수출탑 수상, 작년 1481 → 올 1328곳
불황형 흑자에 교역 1조 무산 위기
수출 순위는 프랑스 제치고 6위로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우리 무역은 세계를 향한 항로를 더욱 활짝 열고 새로운 도전에 맞서 창의와 혁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그동안 수차례의 큰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것처럼 함께 힘을 모아 기적의 역사를 이어가자”고 말했다.
올해 교역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1~11월 수출액은 484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수입도 지난해보다 16.6%나 줄어든 4014억 달러에 그쳤다. 무역 규모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는 사상 최고가 예상된다. 1~11월 무역수지는 832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472억 달러를 이미 2배 앞섰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한국은 올해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수출 순위 6위로 한 계단 올랐다. 또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해 9.69%에서 올해 10.65%로 늘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점유율을 2.97%에서 3.26%로 확대했다.
심상렬 광운대 동북아통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인 경기 부진 속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 선전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과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중국 알리바바가 온라인 시장을 개척했듯 시장을 선도하는 수출 역량 혁신에 경제 주체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를 비롯한 유공자 680명과 수출의 탑 수상 1328개 기업이 포상을 받았다. 수출이 부진해 올해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지난해(1481개)보다 줄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