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 계급론 생각나네 … 세간살이의 멋 재발견

중앙일보

입력 2015.12.04 01:24

수정 2015.12.04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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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숟가락, 먹고살기 위한 도구’에 출품된 김승희씨의 ‘수저’.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쓸 만하고 반반한’. 사람이건 물건이건 이런 말을 들으면 합격점이다.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터에서 막을 올린 ‘서울공예박람회’는 이 제목을 내걸고 한국 공예의 부활을 알렸다. 서울시가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해 처음 주최하는 공예박람회다. ‘서울디자인위크 2015’가 꾸린 ‘유니버설디자인박람회’ ‘서울디자인마켓’ ‘밀라노디자인필름페스티벌’ 등 10여 가지 행사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주제전시 ‘온고지신’은 짧고 굵게 요약한 한국 공예사다. 고려시대로부터 현대까지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중심으로 뼈대를 정리했다. 세밀하고 정교한 금속품, 기품과 소탈함이 어우러진 목제품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다. 특별전 주인공은 수저다. 요즘 화제가 된 ‘수저 계급론’을 곱씹을 수 있는 현장이다. ‘숟가락, 먹고살기 위한 도구’는 우리가 매일 수십 번씩 입 속에 넣는 물건임에도 별생각 없이 쓰던 수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DDP서 서울공예박람회

 전시를 준비한 정준모(한국미술문화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장) 감독은 “공예란 것이 그동안 좀 있는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여겨져 왔지만 사실은 세간살이 모든 것이 공예품”이라며 “오늘 내가 사용하는 숟가락을 잘 골라 자신의 문화적 계급을 높여보자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밝혔다. 안방과 서재, 거실과 부엌 등 편집 매장처럼 꾸민 ‘마켓 공예백화 ’를 구성한 윤철규(한국미술정보개발원 대표)씨는 “손맛 나는 물건들이 주는 사람냄새에 공예의 멋이 있다”고 했다. 서울디자인위크 2015는 6일까지 이어진다. 02-3705-0074.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