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속한 대형항공사(FSC)에 맞서 강점인 저렴한 항공료를 앞세워 신규 해외 노선에 속속 취항하고 있다. 특히 FSC가 수익성 탓에 취항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외 노선을 개척하는 전략이 적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놀룰루·다낭 등 속속 취항
진에어 올 11개 새 해외노선
푸껫행, 대형기종에 41만원선
제주·에어부산·이스타항공은
지방서 출발 국제선 더 늘려
진에어가 새로 들어가는 푸껫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발을 담근 지역이다. 그런 까닭에 진에어는 LCC 최대 강점인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다. 4일 출발하는 인천∼푸껫 노선 가격이 41만3200원(일반석 왕복, 세금 포함)이다. 대한항공은 74만3200원(이하 세금 5만3200원 포함), 아시아나항공은 57만3200원이다. 또 B777-200ER을 투입한다. 이 항공기는 좌석이 393석으로 다른 국적 LCC에선 운영하지 않는 대형 기종이다.
정성문 진에어 인천지점장은 “다른 LCC와 차별화되면서도 FSC에 비해서는 항공권이 싸다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인천~나리타(도쿄)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제주항공 역시 내년 2월 2일 일정을 기준으로 이코노미석을 대한항공(42만2800원)이나 아시아나항공(29만2800원)보다 싼 24만2700원부터 내놓고 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 교수는 “부유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항공여행이 보편화되면서 합리적 소비를 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LCC의 타깃이 바로 그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CC가 올해 개척한 새 항로 중 인천국제공항이 아닌 지방 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많은 점이 도드라진다. 지난달 6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했으며, 3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155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8682억원)을 넘어선 제주항공의 경우 올해 신규 취항한 7개 노선 중 인천~다낭(베트남)을 제외한 6개가 부산이나 대구와 연결된다. 부산에 본사가 있는 에어부산은 부산~괌을 포함한 5개 노선을 모두 부산을 오가게 만들었다. 이스타항공도 7개 노선 중 5개, 티웨이항공은 10개 노선 중 4개를 지방 서 출발하게 구성했다.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면서 2011년 4.3%에 불과했던 LCC의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올 상반기엔 13.2%를 기록했다. 곽성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LCC는 국제선 점유율이 30%에 이를 때까지 꾸준한 시장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LCC의 지방 공항 거점화는 한국공항공사의 전략과 맞아떨어지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대구공항은 지난해 7월 야간운항통제시간을 오후 10시∼오전 6시에서 밤 12시∼오전 5시로 축소하며 항공기 이착륙 시간을 늘렸다. 또 신규 노선을 취항할 경우 3년간 공항 시설 이용료를 100% 면제시켰다. 이런 혜택은 LCC들의 취항 증가로 이어졌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지방 공항이 살아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LCC 취항을 더욱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엔 50인승 소형 여객기를 들여와 지방 공항을 거점으로 여객사업을 하려는 업체들도 나타났다. 현재 LCC들이 운영하는 항공기는 보잉737-800 기종과 같은 180석 규모다. 울산공항을 본거지로 하고 있는 유스카이항공은 50인승 CRJ-200 기종을 한 대 보유하고 있다. 여객사업을 위한 서류심사와 시험비행 검증을 거쳐 운항증명서를 받으면 울산∼김포 노선을 우선 오갈 예정이다. 이덕형 대표는 “운임은 KTX 운임 수준인 편도 5만5000원으로 할 방침”이라며 “새로운 LCC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형항공기 운송사업자인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는 50인승 여객기 한 대를 들여와 강원도 양양공항을 기점으로 취항 준비를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사를 거쳐 운항증명서를 받으면 양양∼김해 노선을 시작으로 국내선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