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먼 나라다. 동남아시아에 위치하면서도 인도양에 닿아 있어 한국 사람들에게는 심리적인 거리가 멀다. 오랜 기간 군부독재와 공산주의 시스템으로 접근이 어렵기도 했다.
한국에게 미얀마는 ‘불교도가 많은 동남아 국가’라는 모호한 이미지만 있다. 노벨상을 받은 아웅산 수지 여사 이름은 알아도 그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많다. 53년만의 군부 종식으로 반짝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그 관심은 벌써 사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는 묘하게 한국과 닮았다. 한국이 미얀마를 이해하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식민지의 역사가 있다. 미얀마는 6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일본의 침공을 받아 3년간 식민지 역사를 겪었다. 식민지 이후에는 군부독재의 역사가 있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은 올해 자유선거까지 53년간 미얀마를 통치했다. 긴 독재와 민주화 운동의 역사도 있다. 한국의 87년 민주화 항쟁처럼 미얀마는 88년 ‘8888 항쟁’이 있었고, 당시 3000여 명 이상이 군부에 짓밟혔다. 군부 이후 과도기도 비슷하다. 한국이 87년 민주화 항쟁 후에도 군부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것처럼, 군부출신인 현 테인 세인 대통령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도하며 민주화로 가는 다리가 되고 있다.
영웅에 대한 향수도 비슷하다. 한국에 산업화 신화가 된 박정희 장군(전 대통령)과 딸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면, 미얀마에는 독립영웅이자 국부(國父) 아웅산 장군과 그의 딸 아웅산 수지 여사가 있다. 분열된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은 단일민족이지만 남북으로 갈려 있고, 미얀마는 130여 개 소수민족이 무장한 채 각기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ㆍ중이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도 유사하다. 한국은 태평양 초입에 자리한 미ㆍ중 충돌지점이고, 미얀마는 중국이 동남아와 인도양으로 넘어가는 관문이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에 있는 아웅산 장군의 목각 흉상 [사진=정원엽 기자]
8일간의 미얀마 출장을 통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문화 등 미얀마의 현재 모습을 바라보고 미얀마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한국과 미얀마는 하나의 ‘뫼비우스의 띠’ 안에서 걷고 있었다. 미얀마를 알면 한국도 미래에 대한 ‘또 다른 답’을 발견할 수도 있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이고,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양곤=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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