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양안관계가 양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경제교류에 편중되다 보니 불만도 터져 나왔다. 2014년 3월 불거진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과정에서 대만 학생들과 시민들이 입법원(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했다. 현재 서비스무역협정은 입법원에 계류 중이다. 저우야웨이(周雅薇) 민진당 국제사무부 간사는 “서비스무역협정으로 중국 노동자들이 대만으로 몰려올 경우 어려운 경제로 가뜩이나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민진당이 양안 관계를 조정할 생각은 없다. 황즈팡(黃志芳) 민진당 국제사무부 주임은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는 현상유지를 주장하며 중국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경기둔화 등으로 중국에 너무 집중하는 것을 피하고 동남아 시장으로 분산하자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대만의 이런 고민이 부럽다. 대만의 양안관계는 양(量)에서 질(質)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은 정치 문제에 발목이 묶여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말이다. 아직도 교류의 양적인 측면에서 빈약하기만 하다. 다음달 11일 개성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회담이 기회다. 남북한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같은 정치적 문제보다는 경제에 집중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북한은 경원선 복원, 농업 협력을 과감하게 받으면 어떨까. 그것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타이베이에서)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북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