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한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할 방도는 없을까.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법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전문성과 경험을 적극 활용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고 유용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이들 베이비붐세대는 경제성장과 변혁을 이끈 사회적 의미가 특별한 계층이다. 고학력 세대로서 약 47%가 고졸, 그리고 27%가 대졸 이상의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등 양질의 교육과 훈련을 받고 노동시장에 진입해 산업화의 원동력이 되어온 이들이다. 우리 경제에 있어 생산·소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개인차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은퇴자 전문성·경험 흡수할 다양한 기반을
청년 일자리와 상관없는 곳에 조성해
침체된 경제에 새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평생을 쌓아온 이 분들의 경륜과 일솜씨는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세계 최고의 자산이다. 따라서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면 제2의 대한민국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저출산 등으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을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제고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 나갈 때다.
사실 대기업·금융기관·공기업·연구기관·정부 등의 은퇴인력은 수출·투자·세법·일반경영·마케팅·기술개발 등 다양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적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러한 전문 인력 활용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은퇴인력)과 수요(일자리)를 잇는 노력을 더 적극적으로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은퇴 인력들이 개인 차원의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장년기 이후에도 개인적·사회적 활동을 지속해 사회 개혁을 모색하는 이른바 ‘은빛혁명(Silver Revolution)’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클 것이라든가, 청년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일이 필요하지 수입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은퇴자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수출 전문가가 없다가 은퇴한 베이비붐세대 전문가가 들어가 싼 임금으로 일해 주면 안 하던 수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청년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사회복지 지원 대상이 아닌 가치창출 주체로 삼아 위기가 아닌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때다. 이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세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임태희 한국정책재단 이사장(前대통령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