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부동산 매매로 거액의 양도차익을 챙긴 50대 서모씨가 국세청 감시망에 포착됐다. 양도소득세를 내야 했지만 서씨는 돈이 없다며 세금을 체납한 뒤 행방마저 감췄다. 국세청은 탐문 끝에 그가 부인 명의로 마련한 경기도의 호화 전원주택에 은거하고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 지난달 초 국세청 조사반원이 그가 숨어 지내던 전원주택으로 들이닥쳤다. 당황한 서씨는 빼돌려놨던 현금을 가마솥 아궁이에 급하게 숨겼다. 국세청 조사반원은 경찰과 함께 집 안 곳곳을 수색했지만 현금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 직원이 우연히 가마솥 아궁이 속에 놓인 검은색 가방을 발견했다. 꺼내 보니 가방 안에선 5만원권과 미화 100달러짜리 돈다발 6억원이 쏟아져 나왔다.
# 최근 수도권 경부고속도로 인근 골프장에 국세청 직원 10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곧바로 골프장 클럽하우스 내 사무실로 들어가 금고를 확보하고 문을 열었다. 금고 안에는 5만원권 위주로 현찰만 2억원이 쏟아져 나왔다. 골프장을 경영하는 40대 김모씨가 주주 간 이권 다툼으로 골프장 경영이 부실화하자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그린피(이용료)를 현금으로 받아 감춰둔 돈이었다. 고객이 신용카드로 그린피를 납부하면 매출이 드러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김씨는 카드와 달리 꼬리표가 없는 현금으로 결제를 유도해 탈세했다.
국세청 고액체납 2226명 공개
대부분 40~50대로 호화생활
골프장 금고에 돈 숨기기도
3조7832억 중 2조3000억 징수
체납 신고 포상 최고 20억원
법인은 도·소매업을 하며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490억원을 체납한 씨앤에이취케미칼 대표 박수목씨였다. 고액·상습체납자는 연령이 주로 40~50대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가 많고 체납액 규모는 5억~30억원 사이가 대부분이다.
체납자는 국세청이 재산을 추적해 압류하고 있는데 골프장 금고나 전원주택 아궁이 사례처럼 재산 은닉을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중개업을 해오다 탈세가 극심해 세무조사를 받고 1000억원대 세금이 부과된 이모씨는 국세청이 재산 추적에 나서자 미국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었다. 이 가짜 회사를 통해 사들인 호화 주택은 이씨의 집으로 쓰였다.
또 부자동네로 꼽히는 서울 성북동에도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주택을 취득했다. 국세청은 지난 9월 말 성북동 호화 주택을 수색해 고급 와인 1200병, 포장에 그대로 싸인 여성용 명품가방 30개, 골프채 두 세트, 소형 거북선 모양 금장식 한 점, 달러 뭉치와 고급 그림 두 점을 압류했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 역시 납세 사각지대로 나타났다. 미술품 매매로 내야 할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10억원 가까이 체납을 한 김모씨는 위장폐업을 한 뒤 미술품을 미등록 사업장에 은닉해오다 국세청의 현장 수색을 통해 들통났다. 국세청은 고미술품 500여 점을 압류하고 공매를 진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제도’(국번 없이 126번)를 운영해 신고 한 건당 최고 20억원까지 포상하고 있다. 올 1~9월에는 245건이 신고돼 체납세액 40억9600만원을 징수한 대가로 4억7500만원이 지급됐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