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대비하면 은퇴 뒤에도 월급 나오죠

중앙일보

입력 2015.11.24 00:10

수정 2015.11.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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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박모(45)씨는 지난해 말 월지급식 펀드에 가입해 5000만원을 넣었다. 국민연금만으론 노후 대비가 부족할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매월 받는 돈이 35만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생활비나 예금에 보태왔다. 하지만 지난 6월 후 증시가 급락하며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며 곤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원금 손실에 수수료까지 걱정”이라면서도 “20년 뒤를 대비한 투자라 환매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은퇴 후 받는 월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퇴직 후에도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달이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월지급식’ 투자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목돈 넣고 나눠 받는 월지급식 펀드
고령화 앞선 일본에선 65% 차지
원금 손실 날 수도 있어 신중해야

 대표적인 게 ‘월지급식 펀드’다. 펀드가 일정금액을 적립해 투자한 뒤 한꺼번에 차익을 얻는다면 월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넣고 이를 매달 나눠 받는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접한 일본에선 월지급식 펀드의 인기가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 펀드 전체 자산 113조 엔 중 74조 엔(65%)이 월지급식 펀드다. 한국은 전체 펀드 자금의 약 0.5% 정도에 불과하지만 상품 수가 2011년 6월 4개에서 지난달 32개(대표펀드 기준)로 크게 늘었다. 지급방식은 두 가지다. 분배형은 펀드운용 결과 발생한 이익만 매달 준다. 선택형은 펀드운용 결과와 관계 없이 정해진 분배금을 준다. 이로 인해 펀드 성과가 나쁘면 원금 일부를 떼어내 받을 수 있다.

 매매차익이 아닌 채권 이자나 주식 배당소득 등 일정수입(인컴)이 나오는 상품을 모은 인컴펀드도 있다. 증시 변동에 영향을 덜 받으며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정 조건만 만족하면 정한 수익을 주는 ELS(주가연계증권)에도 월지급식이 있다. 일반 ELS가 만기(약 3년) 뒤 수익을 한꺼번에 주는데 반해 수익을 매달 가져간다.

 하지만 이들 상품 모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0일까지 월지급식 펀드의 최근 6개월 평균 수익률은 -2.70%이다. 인컴펀드도 지난 1년간 수익률이 -2.05%다.


 이제원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지난 6~9월 중국 증시 급락 등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며 “지난달 세계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배당 확대 등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월지급식 ELS도 일반 ELS처럼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원금을 지키고 싶다면 보험과 은행 상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즉시연금(보험)’은 일반 연금과 달리 목돈을 맡기면 가입과 동시에 다음달부터 매달 이를 나눠 연금을 지급한다. 은행의 ‘원리금분할 지급예금’ 역시 원금과 이자를 만기에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매달 균등하게 쪼개 지급한다. 하지만 두 상품은 수익률이 시중금리 수준이라 은퇴 전에 모아둔 목돈이 없다면 매달 큰 수익을 받기 어렵다. 내년에 시행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도 월지급식 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ISA 계좌에서 얻은 수익을 매달 쪼개 받으면 2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세율을 9.9%에서 5.5%로 낮춰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오재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도 곧 ELS나 인컴펀드 등 월지급식 상품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하지만 월지급식 상품도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각 상품의 특성을 파악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