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11월 2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YS와 클린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미측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허용하면 즉각 팀스피리트훈련 중단을 표명하는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YS는 “우짰든 남북한 상호 사찰이 먼저”라고 버텼다. 경상도 사투리인 ‘우짰든’은 직역하면 ‘anyway’지만 박 전 의원은 ‘In conclusion(결론적으로)’으로 전달했다. 이듬해인 94년 북핵 문제로 두 정상 간 날 선 전화통화가 이어졌다. YS는 “이게 무슨 동맹이란 말이가”라고 일갈했다. 박 전 의원은 이를 “어떻게 건전한 동맹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How can we describe our relationship as a sound relationship)”로 바꿔서 전달했다고 한다.
YS 통역관 지낸 박진 전 의원
클린턴과 재회 땐 “Who are you”
“이게 누꼬” 경상도식 인사라 설명
95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YS는 일본 정치인들의 거듭된 과거사 망언과 관련해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이 발언은 “일본의 나쁜 습관을 고치겠다”로 번역, 일본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