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삼성과 LG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CES 혁신상을 받은 경우는 많았지만 한인 중소기업이 3년 연속 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한인 중소기업의 제품 2개가 최근 세계 시장에서 핫트렌드로 자리잡은 ‘무선충전’ 관련 부문에서 동시에 CES 혁신상으로 선정된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제품 모두 터치패드와 접촉을 통한 충전이 가능한 Qi 무선충전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지원한다. 이들 제품은 내년 1분기에 출시된다. CTA와 IDSA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CES에 전시되는 제품 가운데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지닌 것을 혁신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이형민 대표는 “CES는 아이오티의 디자인과 품질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무선충전 시장에서 아이오티의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이 관련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산 차량용 거치대에 첨단 무선충전 기술 접목 ... 컨슈머리포트 1위 선정도
아이오티는 2010년 뉴욕에서 차량용 거치대라는 생소한 제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한창 보급되고 있던 시기였다. 아이오티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고 싶어하는 운전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다양한 제품을 생산했다.
아이오티가 성공하는 데는 온라인 시장에서 네티즌들의 트렌드를 빨리 파악한 게 주효했다. 이 대표는 “미국 온라인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라며 “단순히 좋은 제품을 열심히 판다고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품질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소비자와 소통하며 만족도를 평가하고 있다”며 “불만이 접수되면 제품을 바로 새 것으로 교체해주는 등 소비자가 만족할 때까지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이오티의 대부분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된다.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들 수도 있지만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한국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아마존닷컴에서 팔리는 중국산 등 다른 회사의 동종 제품들보다 아이오티 제품이 2~3배 비싼데도 판매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같은 전략 때문이다. 아이오티의 One Touch2 제품은 아마존닷컴의 네티즌들로부터 5700개가 넘는 리뷰를 받으면서도 넘버1 제품으로 선정됐다. 또한 아이오티는 디자인팀을 가장 큰 부서로 둘 정도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감성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도 며칠만 지나면 모방한 디자인의 저가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요즘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디자인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를 지켜내지 못해요. 그래서 다양한 특허를 내 디자인을 보호하는 데 신경쓰고 있습니다.”
지하 방과 2평 사무실서 밤샘 작업
최근 몇 년간 미국 인터넷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유학생 출신 벤처사업가인 이 대표의 창업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대기업의 인사부에서 일했던 그는 1998년 도미, 뉴욕시립대(CUNY) 버룩칼리지에서 컴퓨터정보시스템(CIS)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시청과 미국 업체에서 일했던 그는 2001년 인터넷 솔루션 업체인 ‘엘림소프트(Elimsoft)’를 창업했다. 뉴저지 백인 노부부가 사는 단독 주택의 반지하 방과 인근에 있는 2평 규모의 작은 사무실을 오가며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느라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였다. 허드슨강을 건너 뉴욕시 일대에서 직접 영업을 하기도 했다. 2010년 엘림소프트의 자회사로 설립된 아이오티는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다.
“제가 미국으로 건너온 시기는 미국 경제의 호황기가 끝난 때였고 이후 9·11 테러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으로 경기가 계속 내리막을 달렸습니다. 많은 벤처기업이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문을 닫던 시기에 창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도전했던 프로젝트들을 성공하지 못해 접으며 낙담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폰 시대의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려고 노력한 것이 결국 빛을 보게 됐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비영리단체(Give Chances)를 설립, 사회공헌 활동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어려운 처지의 한인들과 특히 멕시코나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자녀들을 도와 아메리칸 드림을 일구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지사도 설립한 이 대표는 “미국 온라인 시장에서는 네티즌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게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며 “인터넷 마케팅 노하우를 살려 우수한 한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박성균 중앙일보 워싱턴지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