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중 학생들은 20일 오전 11시부터 나주 금성관 인근 찻집인 ‘하늘보기’에서 일일찻집을 연다. 지난달 병원에 입원한 같은 반 김건우(14)군을 위한 행사다. 외할머니 손에 자라던 김군은 최근 병을 얻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은 김군은 어머니마저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있어 병원비를 내기 어려운 형편이다.
김군은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부터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 수업 중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는 등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담임교사인 김승식(57)씨는 지난달 중순 김군을 병원에 데려갔다. 김군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병원에 입원했지만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고심 끝에 김 교사는 일일찻집을 제안했다. 제자들은 “친구가 하루 빨리 학교로 돌아올 수 있게 병원비를 마련해 주자”는 담임교사의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정현우(14)군은 찻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최순홍(14)군은 ‘친구’를 주제로 시를 읊기로 했다. 차와 커피·어묵·팝콘·솜사탕·붕어빵 등을 만들어 파는 일은 같은 반 학우들의 몫이다.
자녀와 제자들에게 사연을 들은 학부모와 교직원들도 나섰다. 한 장에 5000원인 일일찻집 티켓은 19일까지 800여 장이 팔렸다. “어려운 친구를 돕겠다”는 노력이 찻집을 열기도 전에 400만원이란 돈을 모은 것이다. 김 교사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온기가 전해져 김군이 건강을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