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이 티셔츠를 들어올려 복근 일부를 공개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21일 홈 경기에 4만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하면 경기 후 선수들의 상의를 벗겨 멋진 복근을 공개하겠다” 고 말했다. [사진 전북 현대]
‘제2의 이청용’으로 불렸던 이재성은 이제 한국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을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 뒤 벌써 13차례의 A매치에 나섰다. A매치 골도 4골을 터뜨렸다. 소속팀 전북에선 32경기에 출전해 6골·5도움으로 팀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 8일 제주와의 경기에선 전북의 우승을 확정짓는 골을 직접 넣었다. 올 시즌 활약 덕분에 이재성은 23세 이하, 만 3년차 이내 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 유력 후보다. 팀 선배 이동국(36)은 “올해 영플레이어상은 당연히 재성이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 A매치 데뷔 13경기 4골 활약
6골·5도움 전북 2연속 우승 도와
체형 비슷해 ‘제2 이청용’ 별명
“청용이 형 따라가려면 아직 멀어”
“아시아 챔피언 오르는게 우선”
유럽 진출 질문에는 선 그어
이재성은 고교 시절까지 한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로 금메달을 딴 뒤 올해 대표팀 주전 선수로 거듭났다.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는 ‘이청용 닮은 꼴’이었다. 이청용은 요르단과의 2008년 5월 남아공 월드컵 3차 예선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그 해에 곧바로 대표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재성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대표팀에서 가장 포지션 경쟁이 치열한 2선 공격수 자리를 놓고 손흥민(23·토트넘)·구자철(26·아우크스부르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재성은 어느새 부상으로 주춤했던 이청용을 위협하고 있다. 빠른 발과 감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이재성은 “체형이 비슷해서 청용이 형이랑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나 아직 나는 청용이형을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 약한 상대들과 맞붙어서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내년에 강팀들과 맞붙어 좋은 기량을 발휘하면 청용이 형과 비교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럽 진출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아직 K리그에서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아시아 챔피언에 대한 꿈도 크다. 꿈을 이루고 난 뒤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지난 12일 미얀마와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을 앞두고 이재성은 난생 처음 머리를 노랗게 물들였다. 이재성은 “한번 변화를 주고 싶었다. 염색한 게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평소 이재성은 축구밖에 모르는 성실한 선수다. 축구 선수로선 치명적인 안짱다리지만 그는 “장점으로 생각하고 뛴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엔 왼발 슛 연습을 위해 홀로 새벽 훈련을 했고, 요즘도 다이어리에 축구 일기를 써내려가면서 자신의 기량을 점검한다. 이재성은 “여전히 문전에서 마무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대표팀에선 흥민이에게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전북은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FC와 K리그 클래식 홈 최종전을 치른다. 올 시즌 홈 경기 관중수 30만2396명(평균 1만6800명)을 기록한 전북은 성남전에서 서울(32만6269명)을 제치고 창단 후 첫 평균 관중 1위에 도전한다.
최강희(56) 전북 감독은 “4만 관중이 넘으면 선수들의 상의를 벗겨 복근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성도 “4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게 특별할 것 같다.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복근을 만들어 놓겠다. 홈 경기에 많이 찾아와달라”고 말했다.
완주=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