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 품으면 위기서 도망치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5.11.19 00:11

수정 2015.11.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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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로 아빠’로 불리는 기업인이 있다. 아이코닉스의 최종일(50) 대표다. 뽀로로·타요 같은 인기 캐릭터로 연매출 450억원의 기업을 일궈냈다. 원래 그는 ‘실패의 화신’이었다. 초창기 만든 애니메이션 5편에서 줄줄이 고배를 들었다. 하지만 잇따른 시련을 접고 일어섰고, 결국 성공했다. 최 대표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산업통상자원부가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마련한 ‘창업 열정 토크 콘서트’에서 예비 창업자 등 400여 명과 그 비결을 나눴다.

 먼저 그는 “사양산업으로 불리던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연이어 실패하니 사방에서 비웃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패 확률이 낮으면 ‘성공의 대가’도 작다는 생각으로 두려움을 이겨내려 했다”고 소개했다. 최 대표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거꾸로 일본 업체들이 취약한 부분을 분석해보니 ‘유아용’이란 답을 얻게 됐다”며 “3세 이하 유아의 특성을 파악해 뽀로로를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창업 열정 토크 콘서트
‘뽀로로·타요’로 성공 최종일
애니메이션 5편 연속 고배
‘미아방지 손목 밴드’ 문석민
크라우드 펀딩으로 종잣돈

 ‘미아방지 손목 밴드’로 66개국에 진출한 리니어블의 문석민(36) 대표도 연사로 나섰다. 그도 ‘실패의 성공학’을 얘기했다. 삼성전자의 잘나가는 연구원으로 일하다 2012년 뚜렷한 계획 없이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지난해까지 5억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주변에선 “파산 신청하고 월급쟁이로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창업 아이템을 끊임없이 물색했다. 문 대표는 “그러다 밴드를 찬 아이가 특정 거리를 벗어나면 경보음이 울리는 앱을 구상했다”며 “ 인건비와·생산비가 적잖아 손 내미는 투자자가 없었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지푸라기를 잡듯 ‘크라우드 펀딩(SNS를 통한 자금 모집)’에 도전해 1억2500만원 을 모았다. 그는 “돈 이상의 원대한 목표를 품어야 위기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외식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은 창업자들의 무덤이다. 폐업이 늘면서 올 상반기 자영업자 수가 10만 명 줄었고 감소폭은 전년의 100배에 달했다는 노동연구원 통계가 나올 정도로 상황은 암울하다.

 이와 관련해 ‘청년 장사꾼’의 김윤규(28) 대표는 치킨·삼겹살집 등 12개 식당을 운영하며 연매출 25억원을 올리는 비결을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그는 ‘다른 방식의 사업’을 위해 ‘나만의 무기’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매출이 가장 많은 토요일엔 하루 동안 아예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며 “이때 직원들과 매장관리·업계 트렌드 등을 분석한다”고 소개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관섭 산업부 1차관은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회사의 일원이 되든, 학업을 이어가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기세”라며 “선배들이 보여준 끈기와 땀에서 우리 경제를 다시 살릴 힘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보여준 것처럼 도전과 불굴로 성공 방정식을 써야 한다는 독려였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모든 사람에게 기업가 정신이 필요해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은퇴 후 삶이 보장되지 않는 오늘날엔 한 번쯤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어릴 때부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기업가 정신이 꽃핀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엔 같은 자리에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2015 산업융합 콘퍼런스’도 열렸다. 현장 사례 발표에서 KMW 김덕용 회장은 “최근 전국 도로의 가로등에 차세대 통신서비스를 적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며 “융·복합 산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일으킬 뿐 아니라 국가 예산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