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 유적지의 ‘백제문’ 일본에도 세운다

중앙일보

입력 2015.11.14 01:38

수정 2015.11.14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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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군 왕인 박사 유적지에 있는 백제문. 1987년 유적지를 정비하면서 만들었다. 이와 똑같은 문이 내년 일본에 건립된다. [사진 영암군]

 

영암군 유적지에 있는 그림이다. 『천자문』 등을 들고 일본에 가는 왕인 박사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영암군]

일본에 유학을 전파한 왕인 박사를 기리는 공원이 일본 현지에 들어선다. 이 공원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한국 전통 양식의 출입문인 ‘백제문’을 세워주기로 했다. 전남 영암군의 왕인 박사 유적지에 있는 백제문과 크기와 모양이 꼭 같은 출입문이다.

 13일 전남 영암군에 따르면 일본 남부 사가(佐賀)현의 도시 간자키(神埼)가 영암군에 왕인 공원 조성 협력을 요청했다. 왕인 박사는 4세기 말~5세기 초 일본 왕의 초청을 받아 『논어』 같은 유교 경전을 갖고 일본에 갔으며, 일본 태자의 스승으로도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영암에서 출발해 간자키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문 전파 때 도착했던 간자키시
기념공원 지으며 영암군에 요청
설계·시공 맡고 2억원도 대기로

 이런 인연으로 간자키는 왕인 박사를 기리는 비석과 신사(神社)를 만들었다. 또 2008년부터 시 관계자들이 매년 영암군을 방문하는 등 교류해 왔다. 그러다 이번에 부지 1만3000㎡에 이르는 왕인 박사 기념 공원을 짓기로 했다. 그러면서 왕인 박사 생가 터 등 유적지를 갖고 있는 영암군에 협조를 요청했다. 마쓰모토 시게유키(松本茂幸) 간자키 시장이 직접 전동평 영암군수에게 “영암 유적지에 있는 백제문과 꼭 같은 것을 공원 출입문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영암군은 이를 받아들여 백제문의 설계와 시공을 모두 맡기로 했다. 전통 기와와 나무 기둥 등 필요한 자재를 국내에서 마련해 내년에 기술진과 함께 현지에 보내 백제문을 짓는다. 여기에 드는 경비 2억여원 역시 영암군이 모두 댄다.

영암=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왕인 박사=국내에는 기록이 없고 일본의 옛 역사책인 『일본서기』 등에 나온다. 일본 오진(應神) 천왕의 요청을 받아 백제 17대 아신왕 때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돼 있다. 이때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들고 일본에 가서 유학을 전파했다. 또 도공과 기와공 등 수많은 기술자를 데리고 가 문화를 전파해 일본에서 아스카(飛鳥) 문화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