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고 돋는 달도 아주 소장*되단 말가
- 소동파(1037~1101), ‘적벽부(赤壁賦)’ 중에서
판소리 단가 의역. *소장(消長) : 없어지거나 커짐
모든 것이 흐르고 변해가도
기억은 남아 시간을 이기나니
어언 30여 년 전의 그 인상적인 밤은 나의 회상으로 인해 지금 여기에 소환된다. 아울러 1000년 전 동파의 감회가, 그리고 적벽부에 그려지는 1800년 전 적벽대전의 정황이 함께 불려옴이니 막대한 시간의 중층을 단숨에 넘는 우리의 기억과 상상력이 새삼스럽다. 강물이 흘러서 모두 사라지며, 기울고 차오르는 달이 아주 없어지거나 아주 커지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몸과 현실은 변할지라도 우리의 기억은 그렇지 않아 영원하다. 오랫동안 추구한 내 작업의 주제가 그와 흡사한 것을 보면 젊은 시절 읽은 적벽부가, 아니 보화재의 날들이 나를 흔든 것이 맞는다 할 것이다.
조덕현(현대미술가·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