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국회의 ‘적기 입법’ 도움을 받지 못해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정치 현실에 대한 고충을 표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이 직접 ‘국민 심판’을 주문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다. 가뜩이나 정치권은 ‘대구·경북(TK) 물갈이’ 논란으로 술렁대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등 전·현직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의 4월 총선 출마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공교롭게 이들의 ‘출마 러시’가 지난 6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으로 박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을 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점인 대구·경북에 집중되고 있으니 온갖 오해와 억측이 판칠 수밖에 없다. ‘유승민 고사 작전’이란 의심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몇몇 출마 거론 인사는 아예 ‘청와대 내락을 받았다’느니 ‘대통령의 뜻’이라느니 하면서 박심(朴心)을 팔며 혼탁·과열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의 ‘국민 심판’ 발언까지 더해지니 “비박계 새누리당 지도부와 야당을 향한 경고성 발언”이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노동개혁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쓸데없는 오해와 정치적 의심을 받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또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과서 편향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이 또한 품격에 맞지 않는 지나친 발언이다. 쓸데없이 국정화 반대세력을 자극해 반발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총선이 가까워오고 있다. 국정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선거중립 위반 논란에 휩싸여 국정 혼선과 낭비를 자초하는 일이 재연돼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