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골프공 일화가 대표적이다. 정 회장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과 골프 약속을 잡았는데 밤새 눈이 내렸다. 관계자들은 골프공 색깔이 흰색이어서 눈 위에선 찾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당연히 골프 약속도 취소될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정 회장은 눈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빨갛게 색칠한 공을 들고 나타났다. 지금이야 색깔 공이 많지만 골프공은 모두 흰색이라는 게 고정관념이었던 시절의 일이다.
역발상 강조 『정주영은 살아있다』
신격호와 골프 약속했는데 폭설
색칠한 공 들고 나타나서 라운딩
이런 창의성은 그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비결은 생각이다.
정 회장은 “밥풀 한 알만한 생각을 키워 커다란 일로 만드는 것이 내 특기”라고 말하곤 했다. 그를 돌격형 리더로 분류하지만 정작 정 회장은 “어떤 일도 덮어놓고 덤벼든 적은 없다. 남보다 더 열심히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비결은 분야를 넘어서는 교류다. 정 회장은 문화·예술인과 자주 어울렸다. 통섭이자 융합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격변하는 상황 앞에서 담담하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담담한 마음은 당신을 굳세고 바르고 총명하게 만들 것”이라는 글을 족자로 남겼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