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전 최소 3파전…인기 치솟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15.11.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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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자본총계) 기준 국내 2위의 증권사인 대우증권 인수전이 2일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단숨에 업계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1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2일 오후 3시 대우증권 매각과 관련한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가 함께 보유한 대우증권 보통주 1억4048만1383주(지분비율 43.00%)와 산은자산운용이 보유한 보통주 777만8956주(지분비율 100%)다. 예비입찰이 마감되면 산은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가 본입찰 적격자를 선정하게 된다.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곳은 3∼4주에 걸쳐 대우증권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본입찰에 참가한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상세실사, 가격 협상 등 절차를 감안하면 대우증권의 새 주인은 내년 상반기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증권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탐나는 매물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3049억원으로 NH투자증권(4조4954억원)에 이어 업계 2위 규모의 증권사다. 인수에 성공하는 업체는 단숨에 업계 1위로 부상할 수 있다. 103개에 달하는 전국 영업점 수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전통의 명가 답게 투자금융(IB)사업과 주식위탁매매, 자산관리서비스 등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해외 네트워크도 매력포인트다. 대우증권은 현지법인 7개, 지점 1개, 사무소 3개, 자문사 1개 등 총 12개의 해외 현지거점을 운용 중이다.

이 때문에 대형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선포한 상태다. 한투증권이 소속돼 있는 한국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 참여 결정을 내렸다. 한투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기자본이 3조2580억원(6월말 현재)에서 7조5000억원대로 뛰어올라 독보적인 업계 최대 증권사가 된다. ‘2020 아시아 톱 증권사’를 목표로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한투증권 입장에서는 대우증권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더욱 적극적이다. 한투증권이 ‘인터넷전문은행 승인’과 ‘대우증권 인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데 반해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에 ‘올인’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 9월에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포기 선언을 한데 이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한 실탄마련을 위해 유상증자까지 단행했다. 유상증자 절차가 마무리되면 자기자본이 2조5000억원대에서 3조5000억원대로 늘어나 업계 3위로 부상하게 되며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7조8000억원대의 1위 업체로 등극한다.

두 골리앗에 도전장을 던진 다윗도 있다. 자기자본이 6000억원대로 업계 17위에 불과한 KB투자증권이다. KB금융그룹의 위상에 비해 덩치가 작은 KB증권은 단번에 판도를 뒤집기 위해 대형사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2년전에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거의 인수할 뻔 했다가 NH농협증권의 ‘깜짝 역전’을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KB증권 역시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기자본 5조원 규모의 업계 1위 업체가 된다. KB금융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대우증권을 인수한다는 각오다. 일찌감치 KB투자증권의 관계자와 은행 자산관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우증권 인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인수전 개막을 기다려왔다.

경쟁이 격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인수자금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수는 현대증권 매각 무산이다. 또 다른 대형사인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오면 대우증권의 희소성이 다소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 다른 영향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투와 미래에셋은 글로벌 IB로의 도약, KB는 금융그룹 차원에서의 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이 목적인데 이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업체가 대우증권”이라며 “현대증권 역시 대형사지만 주식위탁매매 비중이 높아 이들 3개사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신그룹(CITIC) 등 중국 업체의 ‘참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은 상태다.

박진석기자 kaila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