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경(35)·오상하(26)씨 부부는 2012년 이 행사에서 처음 만났다. 2012년 3월 호주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오씨는 플랜코리아를 통해 탄자니아 아동에게 매달 3만원씩 후원했다. 남편 정씨도 플랜코리아에서 일대일 아동 결연을 맺고 후원을 해 왔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미혼 남녀 후원자들을 모아 파티를 한다는 e메일을 받고 신청서를 보냈다. 송년회에서 오씨를 보고 한눈에 반한 정씨가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두 사람은 2년간 달콤한 연애를 한 뒤 지난해 10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오씨는 “같은 단체 후원자들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나갔는데 평생 반려자도 만났다. 결혼 후에도 후원을 계속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가정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김혜현 플랜코리아 과장은 “따뜻한 연말 행사를 기획하던 중 후원자들이 재밌게 즐길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The 짝’을 생각하게 됐다. 올해도 첫인상 선택, 자기소개, 도시락 데이트, 애장품 경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기부문화
국내에서 퍼네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젊은 세대에서 기부문화가 확산되면서 후원금을 내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나눔 방식이 ‘즐기는’ 문화로 발전했다. 월드비전의 김수희 과장은 “ 젊은 층이 일상생활에서 쉽고 부담 없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흥미롭고 독특한 프로그램이 고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퍼네이션에는 기부자가 후원 물품을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는 ‘DIY(Do It Yourself·원하는 물품을 스스로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밀알복지재단은 ‘라이팅 칠드런’이라는 주제로 태양광 랜턴을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로 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선 2000여 명이 참여해 태양광 랜턴을 조립했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이벤트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신생아를 살리기 위한 모자 뜨기를 수년째 계속 진행하고 있다. 스타들이 참여하는 DIY 방식의 기부도 있다. 국제 의료 NPO인 오퍼레이션스마일 등은 명품 브랜드 펜디와 손잡고 배우 하지원·고소영, 전 피겨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가 직접 디자인과 제작에 참여한 핸드백을 만들었다. 다음달 경매에 부쳐 자선기금을 마련한다.
문화생활이 기부로 … ‘컬처 퍼네이션’
공연이나 행사 등 문화생활을 즐기는 게 기부로 이어지는 ‘컬처 퍼네이션’도 인기다. 굿네이버스는 목표 후원금을 달성하면 추첨된 후원자들에게 뮤지컬 등 공연을 관람하고 연예인과 데이트할 기회를 제공하는 ‘즐거운 기부 Stand Us’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후원자들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보거나 가수 나윤권과 1일 데이트를 즐겼다. 12월 1일엔 아프리카 르완다에 우물을 설치하기 위한 후원금을 낸 기부자 중 10명을 선정해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초대한다.
후원자가 전시 등 문화활동에 직접 참여해 나눔 문화를 홍보하기도 한다.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 컴패션은 일대일 아동 후원 참여자들이 결연 아동과의 이야기를 다이어리에 작성한 뒤 이를 전시하게 하는 ‘블루북’ 캠페인을 다음달부터 진행한다. 후원자들이 20장 분량의 공책인 블루북에 결연 과정에서 있었던 일과 느낀 점 등을 자유롭게 쓴 뒤 컴패션으로 보낸다. 그러면 이를 전국에서 릴레이로 열리고 있는 ‘컴패션 체험전’에 전시한다. 컴패션의 김윤아 대리는 “지난 9월 200여 권의 블루북이 후원자들에게 전달됐다. 블루북을 보고 많은 이가 아동 결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플랜코리아는 후원자가 자비로 구호 활동 현장을 방문해 후원 아동과 만나는 ‘The 좋은여행’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앱과 모바일 게임의 ‘디지털 퍼네이션’
2011년에 첫선을 보인 애플리케이션 ‘빅워크’는 사용자가 10m를 걸을 때마다 1원씩 기부금을 모아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의족이나 특수 휠체어를 선물한다. 지난해엔 약 8억2000만원의 기부금이 모여 43명의 아동이 의족을 지원받았다. 게임 속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 현실에서 나무가 기부되는 ‘트리플래닛’도 화제다. 빅뱅·하정우·2NE1 등 연예인들의 팬이 게임으로 나무를 키워 스타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는 ‘스타 숲’의 참여율이 높다.
김선미·정종훈 기자 calling@joongang.co.kr
NPO(비영리단체)와 NGO(비정부기구) 둘 다 시민이 주축이 돼 구호·자선·기부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조직을 의미한다. 이들은 국가나 공적 조직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제3의 영역’에서 일한다. 두 용어가 별 구분 없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NGO를 NPO의 한 부분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구분해 사용할 경우 NPO는 비영리 활동을 펼치는 민간 조직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로, NGO는 주로 낙후·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